[대전/충남]500만원 놓고간 대전 ‘익명의 천사’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23일 03시 00분


“내 아들 치료받은 병원, 어린이 환자 위해 써주길…”

알고 보니 복지관에도 기부, 끝까지 이름 안 밝혀


16일 오후 3시경 대전 서구 둔산동 을지대병원 1층 원무부 사무실. 40대 남자가 불쑥 찾아와 “소아암 같은 큰 병에 걸린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 써 달라”며 흰 봉투를 놓고 사라졌다. 직원이 뒤쫓아 가 “누구시냐”고 묻자 그는 “아들이 이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데 그때 어려운 형편에 치료받는 아이들을 많이 봤다. 그 아이들을 위해 써 달라”며 주차장 쪽으로 걸음을 바삐 옮겼다. 직원이 신분이라도 밝혀달라고 하자 “큰돈도 아닌데…. 내 이름은 알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사라졌다.

봉투 안에는 500만 원짜리 수표 1장이 들어 있었다. 병원 측은 2004년 둔산병원 개원 후 가끔 이런 일이 있었던 데다 익명의 기부자가 수표를 놓고 간 터라 은행 쪽을 통해 신분을 알아봤다.

알고 보니 그는 평소에도 복지관에 있는 어려운 아이들의 이름으로 통장을 만들어 꼬박꼬박 입금하는 한편 다양한 사회단체와 어려운 가정에 기부해온 ‘익명의 천사’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을지대병원 임두혁 홍보팀장은 “고민 끝에 신원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며 “병원 사회복지팀에 맡겨 가정 형편이 어려운 어린이 환자를 선정해 도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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