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최연소 외교관 김성은 씨, 열정으로 하루 18시간 일 그래도 즐거웠죠
학생IT대회 뉴질랜드 대표 류찬열 씨, 놀이 같은 과학공부 한국적 끈기 더하면 최강
《뉴질랜드 교육의 특징은 ‘창의성’과 ‘자율성’으로 대표된다. 학생들은 스스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가며 창의성을 기른다. 자신이 좋아하는 과목을 선택해 들으면서 관심분야에 몰두하기도 한다. 이런 뉴질랜드 교육환경에서 ‘끈기’ ‘노력’ 등으로 대표되는 한국인의 경쟁력을 발휘해 자신의 분야에서 성과를 이뤄낸 뉴질랜드 교민 1.5세대 두 명을 만났다. 뉴질랜드 교육을 통해 체득한 이른바 ‘키위 DNA’와 한국인의 경쟁력인 일명 ‘김치 DNA’를 결합시킨 이들의 성공스토리를 살펴보자.》
○ 한국인의 ‘열정 DNA’와 뉴질랜드인의 ‘펀(fun) DNA’가 만나다!
지난해 10월 22세의 젊은 나이로 당당히 뉴질랜드 최연소 외교관이 된 교민 1.5세대 김성은 씨(23·여). 그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한국인의 뚝심을 십분 발휘한 경우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뉴질랜드 남학생 둘이 제게 심한 욕을 했어요. 외국에서 왔다는 게 그 이유였죠. ‘왜 피부색과 생김새가 다르다는 이유로 놀림을 받아야할까?’ 그때 외교관이 돼서 모든 사람이 차별 없이 인정받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결심했어요.”
김 씨는 고등학교 진학 후 거침없이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한 활동을 시작했다.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기 위해선 먼저 상대를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한 까닭에 많은 나라의 역사와 음악을 공부하며 그 문화를 익혔다.
봉사활동에도 적극적이었다. 우리나라 고등학교 2학년 과정에 해당하는 폼(Form)6 때는 김 씨가 주도해 자선 패션쇼를 열기도 했다. 김 씨는 “고등학교에 진학한 뒤에도 가끔 한국인이라고 해서 무시하고 조롱하는 친구들이 있었다”면서 “그럴 때마다 이들을 모두 포옹할 수 있는 외교관이 되리란 꿈을 더욱 굳혔다”고 했다.
뉴질랜드 오클랜드대 법학과에 진학 후에는 주로 외교와 연관된 활동을 했다. 2008년 1월엔 내무성(Department of International Affairs)에 소수민족을 위한 코디네이터로 취업해 학업과 일을 병행했다.
“내무성에서 일할 때는 오전 6시에 출근해 자정이 넘어 퇴근할 때가 많았어요. 일하는 도중 수업을 듣기위해 학교에 갔다가 다시 직장에 돌아와 일하는 경우도 허다했죠. 하지만 단 한 번도 힘들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어요. 외교관으로 내적지식을 쌓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죠.”
김 씨의 이런 긍정적인 태도는 뉴질랜드 교육환경의 영향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그는 “뉴질랜드 학생들의 특징 중 하나가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할 땐 항상 즐거운 마음으로 임한다는 것”이라며 “어려서부터 뉴질랜드 학생들과 함께 공부하며 즐기는 모습을 몸에 익힐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대학입시에 큰 스트레스를 받는 한국 학생들에게 “과정을 즐기라”고 조언했다.
“밤을 새워가며 공부하는 한국 학생들의 모습이 나쁜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공부가 스트레스로 느껴지는 이유는 교과서를 보며 암기하는 것만이 공부라고 생각하기 때문 아닐까요? 친구들과 운동할 때, 부모님과 얘기를 나눌 때, 심지어 ‘멍’하니 앉아 생각을 하는 그 순간도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한 공부고 과정이라 생각하면 모든 활동에 즐겁게 임할 수 있어요.”
○ 한국의 ‘끈기 있는 공부’와 뉴질랜드의 ‘재미있는 공부’가 만나다!
지난달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이매진컵 2010’.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가 주최하는 세계 규모의 학생 정보기술(IT) 경진대회에서 뉴질랜드 대표팀은 소프트웨어 설계부분 3위를 차지했다. 뉴질랜드 대표팀 수상의 중심에는 교민 1.5세대 류찬열 씨(22·오클랜드대 컴퓨터시스템학과 4)가 있었다.
류 씨는 중학교 1학년 1학기를 마치고 뉴질랜드로 이민을 왔다. 뉴질랜드 학교에 처음으로 등교한 날 그의 눈앞에 펼쳐진 수업 모습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중학교 수학수업에서 구구단을 공부하더라고요. 교과서나 문제집도 없었어요. 대신 카드 같은 장난감을 사용했죠. 오후 3시에 수업이 끝나면 학교에 단 한 명도 남아있지 않는 것도 놀라웠죠. 다른 학생들은 도대체 수업이 끝나고 뭘 하는지 살펴봤죠. 피아노, 럭비, 독서…. 모두 자기가 하고 싶은 활동을 하더라고요.”
자유로운 교육환경에 매력을 느낀 류 씨는 금세 뉴질랜드 학생들을 ‘벤치마킹’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특기를 찾아서 집중적으로 이와 관련된 활동을 하는 것. 그가 찾은 특기는 과학이었다.
류 씨는 “수업이 끝나면 다른 아이들처럼 학교를 빠져나와 로켓모형을 조립해 발사하거나, 전기회로에 납땜을 하며 라디오를 만드는데 몰두했다”면서 “폼6때는 ‘파동의 이중성’에 대한 실험을 하고 싶었다. 강한 스파크가 일어나는 현상을 확인하는 실험이라 과학교사에게 학교 실험실 사용을 요청했다. 과학교사는 실험실 사용을 허락해주는 건 물론 실험 내내 옆에서 실험 방법이나 결과에 대해 조언해줬다”고 말했다.
이런 활동을 통해 류 씨는 소프트웨어 전문가란 꿈을 갖게 됐다. 이후 오클랜드대 공과대학 진학을 목표로 공부했다. 류 씨의 핏속에 흐르던 끈기는 폼7(한국의 고 3)이 되어 두드러지게 발현됐다.
“폼7이 되면 대학에 가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져요. 대학을 목표로 한 학생들만 폼7에 진학하거든요. 수학수업에서 미적분을 배우는 등 교과내용도 급격히 어려져요. 자칫하면 대학 문턱도 못가보고 중도탈락하기 십상이죠. 그때 저에게 큰 도움이 된 건 한국에서 익혔던 공부습관이었어요.”
오후 8∼9시면 잠자리에 드는 뉴질랜드 학생들과 달리 류 씨는 자정이 훌쩍 넘긴 시간까지 공부했다. 류 씨는 “하루는 밤 10시가 다 됐을 무렵인데 수학문제가 끝내 풀리지 않아 대학과정의 전공서적을 참고하기 위해 오클랜드대 도서관을 찾았다”면서 “도서관 건물에 남아있는 대학생 대부분이 한국 유학생이라 깜짝 놀랐다”며 웃었다. 류 씨는 결국 원하던 오클랜드대 공과대학에 합격했고, 지금은 졸업을 앞두고 대학원 진학을 준비 중이다.
류 씨는 “한국에서 끈기 있게 공부하는 법을 익혔고 뉴질랜드에서 재미있게 공부하는 법을 배웠다”면서 “두 가지는 앞으로 공부를 하는데 큰 무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