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세계최고 ‘다산왕 기린’ 꿈꿔요”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24일 03시 00분


에버랜드 동물원 경사, ‘장순이’ 최근 16번째 새끼 낳아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13일 오전 6시. 에버랜드 초식동물원인 ‘에버랜드 초식 사파리’ 옆 분만실로 사육사 김종갑 씨가 달려왔다. ‘왕언니’라 불리는 암컷 기린 ‘장순이’의 배에서 16번째 새끼가 나올 것이라는 통보를 받았다. 하지만 걱정부터 앞섰다. 이미 예정일을 보름이나 넘겼고 고령(스물넷)이라 혹시나 문제가 생길까 조마조마했다. 서서 낳기 때문에 180cm의 높이에서 새끼가 떨어질 것을 대비해 분만실 바닥에 짚도 깔아놓았다.

1시간 반이 지나 드디어 장순이의 배에서 새끼가 떨어졌다. 아직 좋아하긴 이르다. 새끼 스스로 서서 어미 젖을 찾아야 진정 새끼가 태어났다고 말할 수 있다. 에버랜드는 1주일간 새끼를 관찰했고 아무 이상이 없다고 판단해, 20일 장순이의 16번째 새끼 탄생 소식을 알렸다.

○ 세계 최고 다산왕에 도전하는 ‘장순이’

에버랜드 동물원에서 ‘다산왕’으로 불리는 기린 ‘장순이’(왼쪽)가 최근 출산한 16번째 새끼를 보살피고 있다. 장순이는 20년간 15번의 임신으로 16마리의 새끼를 낳아 세계 다산 기린 순위 2위에 올랐다. 사진 제공 에버랜드
에버랜드 동물원에서 ‘다산왕’으로 불리는 기린 ‘장순이’(왼쪽)가 최근 출산한 16번째 새끼를 보살피고 있다. 장순이는 20년간 15번의 임신으로 16마리의 새끼를 낳아 세계 다산 기린 순위 2위에 올랐다. 사진 제공 에버랜드
에버랜드 초식동물원에 사는 기린 장순이가 16번째 새끼를 낳으며 ‘다산왕’에 도전해 화제다. 장순이가 처음 새끼를 낳은 것은 1990년 8월로 이후 20년간 15번 임신했다. 1997년에는 쌍둥이를 낳았다.

이번에 낳은 16번째 새끼는 의미가 남다르다. 장순이는 호주 멜버른 동물원에 있었던 기린 ‘마틸다’와 미국 샌디에이고 동물원의 ‘진저’와 함께 세계 다산 기린 순위 2위에 오르게 됐다. 현재 1위는 17마리 새끼를 낳은 프랑스 파리 동물원의 기린 ‘람바’. 그러나 이 기린들은 모두 죽었기 때문에 한국의 장순이가 다산왕에 오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사육사 김 씨는 “기린은 평균수명 25∼30년 중 20년 이상 임신을 한다”며 “현재 장순이는 고령임에도 몸 상태가 좋아 앞으로 더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장순이의 다산 기질은 선천적이라는 것이 사육사들의 얘기다. 기린의 임신 기간은 약 15개월로 5, 6개월 회복기를 거쳐 20∼22개월에 한 번씩 새끼를 낳는다. 하지만 장순이는 2개월 만에 회복해 평균 17, 18개월에 한 번꼴로 새끼를 낳는다. 여기에 동갑인 남편 ‘장달이’와의 금실도 한몫한다. 김 씨는 “장달이는 공격적이고 고집도 센 편이어서 교미를 할 때마다 임신을 시킨다”며 “사육하는 측면에선 관리하기 힘들지만 아내에게는 최고의 남편”이라고 말했다. 장순이가 낳은 쌍둥이 암컷 ‘천지’와 ‘창조’도 엄마의 다산 기질을 이어받아 현재 6마리씩 총 12마리의 새끼를 낳았다. 현재 장순이와 새끼는 모두 분만실에서 회복 중이며 다음 달 추석에 일반인들에게 공개된다.

○ 다산왕 만들기 위한 사육사들의 ‘분위기’ 잡기

장순이 외에도 에버랜드 동물원 내 다산왕으로 꼽히는 동물들이 있다. 사막여우 ‘사하라’는 2005년 들어온 이후 5년간 18마리의 새끼를 낳았으며 펭귄은 매년 수십 마리씩 새끼를 낳아 해외 동물원 희귀종과 교류를 하는 데 사용되기도 한다.

다산에 가장 필요한 것은 이른바 ‘무드’ 조성이다. 여기에는 사육사들의 보이지 않는 노력이 필수다. 장순이의 경우도 제 철에 나오는 과일과 채소를 먹이는 것은 기본이고 나무껍질 갉아먹는 것을 좋아해 서식지에 나무를 심어주는 등 사육사들이 최대한 편안한 환경에서 교미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잡아주었다. 2년 전 국내에서 처음 자연 부화를 한 홍따오기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사육사들은 이들의 번식을 위해 85m² 크기의 ‘버드 파라다이스’를 만들었다. 중남미 기후에 사는 이들을 위해 습하고 덥게 만들었으며 교미에 방해가 안 되도록 사육사들도 정해진 인원 외에 출입을 금지시켰다.

호르몬 연구를 통해 임신에 성공한 사례도 있다. 최근 3년 만에 번식에 성공한 황금원숭이 ‘손소운’은 주위 환경에 민감해 임신을 하지 못했다. 에버랜드 동물원은 이화여대 에코과학대학원과 함께 분비물 속 스트레스 호르몬 ‘코티졸’을 연구한 뒤 환경적 스트레스를 감소시켜 주었다. 뽕잎과 애벌레 인삼 등 먹을거리를 다양하게 주면서 환경을 변화시켜 나간 것이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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