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8시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 120다산콜센터 상담실. 밤 시간인데도 수십 명의 상담원이 헤드셋을 끼고 민원인과 통화를 하고 있었다. 세금 납부 방법부터 종로3가로 가는 버스 안내 등 문의사항은 ‘천차만별’이었다. 이곳에서 ‘상담 베테랑’으로 통하는 김성희 팀장(41)은 자신에게 불친절 화장품 가게 직원을 고발하겠다는 고객을 응대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었다. 김 팀장은 “매일 전화하거나 서울시정과 무관한 내용을 오랫동안 말하는 ‘강성 고객’ 전화 건수가 하루 150통”이라고 말했다.
하루 24시간 바쁘게 돌아가는 120다산콜센터가 24일 상담 건수 2000만 건을 돌파했다. 2007년 1월 시범 운영 이후 3년 7개월 만이다. 현재도 하루 평균 약 4만2500건의 상담 전화가 걸려와 543명의 상담인력이 모자랄 판이다. 과연 120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누굴까. 2000만 건 상담사례를 분석한 자료를 통해 알아봤다.
○ 교통에 민감한 20대 강남 여성
120을 가장 많이 이용하는 사람은 20대 여성(19%)이었다. 그 뒤를 30대 남성(16%), 30대 여성(13.6%)이 이었다. 콜센터 관계자는 “당당하고 솔직한 20대 여성들이 일상생활의 궁금증과 불편함을 120에 전화를 걸어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많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상담 전화가 가장 많이 걸려오는 시간은 주간엔 오전 10시, 야간에는 오후 11시로 나타났다. 이 중 야간 11시는 버스나 지하철이 끊기기 전 시간으로 대중교통 막차 시간 안내 문의가 압도적이다.
서울시 25개구 자치구별 이용률은 강남구(8.1%), 서초구(7.7%), 마포구(7.0%) 순이었다. 그러나 인구 대비로 1인당 이용률이 높은 지역으로는 중구, 종로구, 마포구 순이다. 이곳들은 다른 지역보다 재개발, 불법 주정차, 노점상 단속 등과 관련된 문의가 많은 곳이다.
이용자들이 가장 많이 묻는 내용은 무엇일까. 절반 이상이 ‘교통’ 관련 내용으로 나타났다. 교통 관련 문의는 위치 및 길안내 같은 단순 상담부터 버스 지하철 막차 및 노선 안내, 부조리한 교통 문제 등 다양했다.
○ 실직 취업에서 일상생활 상담으로
처음부터 교통 관련 상담이 많았던 것은 아니다. 미국발(發)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2년 전만 해도 실직이나 취업 등 사회복지 관련 문의가 월평균 6000건 이상 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3600건으로 줄었다. 반면에 주민세 재산세 등 납부 관련 문의나 단수 관련 상담, 가볼 만한 맛 집 및 휴가지 같은 일상생활과 관련된 문의가 늘고 있는 추세다. 하루에 전화가 가장 많이 걸려온 날(5월 18일)도 강서구, 구로구 등에 단수가 돼 5만1500건이 넘는 전화가 걸려왔다.
하루에 수십 번 120에 전화하는 사람도 있다. 7월 한 달간 449회 전화한 고객도 있다. 100∼250회 전화한 사람도 11명이나 된다. 이들이 묻는 것은 TV 채널 편성, 날씨 등 가벼운 것이 대부분이었다.
서울시는 120의 미래로 정보기술(IT)과 접목된 서비스를 내놓을 계획이다. 오세양 120다산콜센터 팀장은 “140자 단문 블로그인 ‘트위터’를 이용한 서비스, 스마트폰의 ‘120 응용 프로그램’ 개발, 휴대전화 영상통화 상담 등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