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국정원 직원 총각행세 불륜…정보비로 데이트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26일 03시 00분


법원 “사생활도 모범돼야… 해임 정당”

국가정보원 직원 이모 씨(35)의 회사 생활이 꼬이기 시작한 건 2008년부터였다. 그해 4월 경기 성남시의 한 카페 종업원이었던 최모 씨를 만나 사랑에 빠진 이 씨는 총각 행세를 하며 최 씨를 계속 만나다 불륜 관계로 발전했다. 최 씨와 연락하기 위해 국정원에서 지급한 휴대전화 외에 카메라폰을 구입해 몰래 국정원 내에 반입했고 최 씨가 폭행사건에 연루되자 고소를 막기 위해 국정원 직원 신분을 노출했다. 또 정보수집활동비 가운데 일부를 최 씨와 식사하는 데 쓰기도 했다.

그러나 이 씨의 총각 행세는 오래가지 않았다. 불륜 사실을 알아챈 아내가 그해 12월 국정원에 남편의 비위 사실을 알리는 민원을 낸 것. 부부 사이가 극도로 나빠진 이 씨는 말다툼을 벌이다 현관에 있던 운동화를 집어 들어 아내의 머리를 때리고 발로 걷어찬 혐의로 벌금 100만 원을 선고받기도 했다. 국정원 징계 과정에서 이 씨의 다른 비위 사실도 드러났다. 친구 부탁으로 어느 여성의 개인정보를 열람해 알려주는가 하면 최 씨와 최 씨 아버지의 주민정보, 출입국 사항 등을 42차례나 열어보기도 했다.

이 씨는 결국 지난해 7월 해임됐고,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부장판사 하종대)는 25일 “국내 보안정보나 국가 기밀 등에 관한 직무를 수행하는 국정원 직원은 직무뿐 아니라 사적인 영역에서도 모범적인 언행으로 국민의 신뢰를 확보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며 해임이 정당하다고 밝혔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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