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경찰, 前여수시장 핵심 측근 주모씨 진술 신빙성 확인중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27일 03시 00분


‘천장속 5000만원’ 용처 수사 주력

은닉-발행시점이 열쇠깵 다음주 시의원 10명 사법처리 결정

오현섭 전 여수시장 뇌물사건을 수사 중인 전남 여수경찰서가 뇌물을 지방의원 등에게 나눠준 오 전 시장 핵심측근인 주모 씨(67) 진술의 신빙성을 확인하고 있어 그 결과가 주목된다.

여수경찰서는 26일 “주 씨 집에서 압수한 1만 원권 5000장의 발행날짜를 한국은행을 통해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 씨는 “지난해 5월부터 9월까지 야간경관사업을 수주한 업체에서 1억 원을 받아 당시 여수시의원 10명에게 나누어주고 남은 5000만 원을 거실 천장에 감춰놓았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이 돈이 업체에서 받은 것인지 아니면 나중에 짜 맞추기 위해 다른 돈을 넣어둔 것인지를 확인하려는 것.

1만 원권 5000장 중에서 한 장이라도 주 씨가 은닉했거나 중국으로 도피한 이후 발행된 것이 나오면 그의 진술이 거짓으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제3자 뇌물취득 혐의로 구속된 주 씨는 4월 10일경 경찰의 야간경관사업 비리수사가 본격화하자 중국으로 도피했다가 130여 일 만에 귀국했다. 주 씨는 은닉한 뇌물 5000만 원은 놔두고 자신의 돈 400만 원을 갖고 중국으로 도피했다고 주장했다.

지역에서는 “외국으로 달아나는 사람이 거액의 뇌물을 남겨 두고 현금 400만 원만 갖고 갔다는 것은 선뜻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 나온다.

시의원 10명 이외에 뇌물을 받은 다른 사람들이 주 씨와 사전 조율해 수사 대상에서 빠져나간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뇌물로 받은 돈을 나중에 돌려줘 주 씨의 집 천장에 넣어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뇌물수수 혐의로 입건된 A 의원은 “주 씨의 진술에만 의존한 수사로 로비능력이 약하거나 불편한 관계에 있었던 의원들만 처벌대상이 된 것 같아 억울하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현재 여수시의원 9명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 뒤 입건했고 이번 주말까지 나머지 1명을 불러 조사를 끝마칠 계획이다. 경찰은 다음 주까지 이들에 대한 사법처리 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다. 뇌물을 받은 10명의 현재 신분은 도의원 3명, 시의원 3명이며 6·2지방선거 낙선자가 4명이다. 뇌물을 거부, 반환해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를 받은 6명은 모두 현직 시의원이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 간부 출신인 주 씨는 뇌물 500만 원이 든 봉투를 갖고 다니다 급한 사정으로 일부를 꺼낸 쓴 경우에도 자신의 통장에서 돈을 찾아 채워놓을 정도로 정확한 사람”이라며 “일부에서 제기하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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