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오전 10시 20분경 서울중앙지법 서관 522호 법정. 절도 혐의로 구속 기소된 피고인 손모 씨(54)의 선고 공판 차례가 다가왔다. 손 씨는 교도관의 눈을 피해 끝이 뾰족한 볼펜 두 자루를 몰래 양손에 쥐고 법정에 들어섰다. 동행한 교도관이 뒤늦게 이를 발견하고 빼앗으려 하자 손 씨가 팔을 돌려 이를 피하는 찰나 재판장인 이모 판사가 판결문을 읽기 시작했다.
재판장은 “손 씨가 여러 차례 범행을 저질렀고 특별한 합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 실형을 선고할 수밖에 없다”며 손 씨에게 징역 1년 2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선고가 끝난 뒤 교도관들이 손 씨를 법정에서 데리고 나가기 위해 일어서는 순간 손 씨는 갑자기 몸을 돌려 법대 쪽으로 달려들었다.
그러나 손 씨의 ‘볼펜 테러’ 시도는 손 씨의 손을 재판 내내 주시하고 있던 교도관들 때문에 미수에 그쳤다. 법정에 있던 교도관 4명과 경위 1명이 손 씨의 돌발 행동을 곧바로 제지하고 수갑을 채워 손 씨를 밖으로 데려갔기 때문. 손 씨가 퇴정한 뒤에도 법정의 소란이 가라앉지 않자 재판장은 잠시 휴정했다 이후 예정된 재판을 재개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2003년 국가인권위원회 권고 결정에 따라 수용자의 집필권을 확대 보장하면서 필기도구를 소지할 수 있게 됐다”며 “일부 수용자들이 판결 내용을 적기 위해 볼펜을 소지하고 법정에 출석하기도 한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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