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학과에 갓 입학한 신입생 시절, 다소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경영대는 학문이 아닌 ‘기술’을 가르치는 곳이라는. 아마도 일반적인 의미의 기초학문에 충실하지 못한 경영대의 교과과정을 비꼰 말일 테다. 이따금씩 듣는 선후배의 자조 섞인 고민도 관점은 다르지만 같은 맥락이었다. 하지만 사회는 학문이 아닌 기술로 무장한 경영대 출신을 선호하는 듯하다. 전공 수업 중 자동차 산업에 관심이 생겼을 때 나는 공대생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본 적이 있다. 자동차에 관한 공학적 원리와 지식으로 무장한 그들에 비하면 나는 먼 뒷발치에 선 어린아이 같다는 생각을 했다. 얼마 후 내가 배운 전공을 토대로 자동차 산업에 다른 방식으로 기여할 수 있음을 알고 안도했던 기억이 있다.
그때의 경험으로 전문성이란 내가 배운 바를 변용하려는 의식적 노력의 산물이라는 점을 깨달았다. 또 의식적 노력이란 전공지식을 사회화하는 나만의 기술이라는 의미에서, 그 후 나는 이를 ‘전공기술’이라고 부르며 나만의 전공기술은 무엇인지 고민한다. 많은 대학생은 자신의 전공이 미래소득창출에 도움이 안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에 우려한다. 나의 경험에 비추면 대학생 각자가 젊음의 기지와 패기로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는 노력을 더했으면 하는 말을 전하고 싶다. 경영학이 각광받는 오늘날의 사회구조도 이처럼 생존이라는 물음과 맞닿았는지 모른다. 모든 학문과 지식에는 생존의 잠재력이 내재한다. 잠재력의 자물쇠를 푸는 키워드가 전공을 활용하는 나만의 기술에 있다고 얘기한다면 지나친 과장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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