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기 엄마, 나 영주권 보증 서 줄거지”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9월 4일 03시 00분


중국동포 아이돌보미들, 입주대가 신원보증 요구 잦아

“저희 이모님(아이돌보미를 칭하는 말)이 아기한테 앞으로 더 잘하겠다면서 대신 신원보증을 서달라고 하세요. 영주권을 따서 한국에 살고 싶다고….”

“아기 엄마는 맞벌이가 아니고 가정주부여서 영주권 못 따게 생겼다고 아기 볼 때마다 화난 표정이세요. 아는 업체 통해서 가짜로 재직증명서를 만들까 고민 중입니다.”

포털사이트 내 출산 육아 커뮤니티인 ‘맘스홀릭’ ‘레몬테라스’ 등에는 최근 중국동포 아이돌보미들이 영주권을 위해 부모들에게 신원보증을 서달라고 압박한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4월 법무부 지침 개정으로 가정집 아이돌보미를 하고 있는 중국동포가 국내에 장기 체류할 수 있는 비자(F-4)와 영주권(F-5)을 쉽게 취득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아이돌보미를 비롯해 제조업과 농축수산업자, 간병인은 같은 직장에서 1년을 근무하면 F-4비자를 받을 수 있다. 또 같은 집이 아니더라도 같은 업종으로 3년을 더 근무하게 되면 영주권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생긴다.

F-4비자를 따기 위한 첫걸음이 바로 맞벌이 부부와 고용계약을 맺는 것이다. 고용지원센터에 부부의 재직증명서와 주민등록등본, 고용계약서 등 서류를 제출하고 고용보험을 들어야 한다. 1년 뒤 부모가 신원보증을 하고 추천서를 써주면 비자를 신청할 수 있다.

문제는 아이돌보미들이 신원보증을 전제 조건으로 아이를 돌보겠다고 나서고 있는 것. 이 때문에 신원보증을 약속하지 않으면 아이돌보미를 구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출산 후 입주형 아이돌보미를 찾던 유선예(가명·30) 씨는 “아주머니들이 면접부터 ‘내 목표는 영주권이기 때문에 영주권을 딸 수 있도록 꼭 보장해줘야 한다’고 말해서 부담스러웠다”며 “아기를 맡기는 입장이기 때문에 도중에 만약 서로 잘 안 맞을 경우 입장이 난처해질까 두려웠다”고 말했다.

맞벌이 부부가 아니면 아이돌보미를 구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졌다. 서울 강남의 H인력업체 관계자는 “엄마가 주부인 데다 애들이 둘 이상이면 면접하겠다는 사람이 없다”며 “예전에는 월급이 많은지가 중요한 기준이었지만 지금은 일하는 엄마인지 확인한다”고 말했다.

부모들이 신원보증을 꺼리는 것은 신원보증 후 아이돌보미에게 문제가 생길 경우 자신들이 책임져야 하기 때문. 출입국관리법 90조에는 문제가 생겼을 경우 출국 여비와 관련 비용, 체류 또는 보호 중 발생한 비용을 신원보증인이 책임지도록 규정하고 있다.

‘맘스홀릭’에는 아이돌보미가 일을 잘했다는 정도의 추천서를 넘어 신원보증을 서라는 건 무리한 요구라며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관계자는 “아직 상세한 기준이 만들어지지는 않았지만 아이돌보미가 추방당할 경우 신원보증인이 비행기표 값이나 출국 비용, 과태료 등을 물 수 있다”고 말했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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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추천 많은 댓글

  • 2010-09-05 12:13:04

    공무원들이 잔머리써서 책임을 국민에게 넘기고 있군여.....ㅜ.ㅜ 애보다 도망치는데 애부모보고 네가 전부 책임지란 거군요. 애는 보모가 보고 보모는 애부모가 보란 얘기인데 이거 법무부의 새로운 개급니까? 정말 웃깁니다.ㅎㅎㅎ 주기는 줘야겠고 책임은 지기 싫고 사용자부담원칙으로 애부모가 뒤집어쓰란 겁니다. 단, 법무부봉급은 애부모에게 평상시에 지급해야 말이 맞습니다.

  • 2010-09-05 02:19:05

    용어를 제대로 써야지. 중국동포(X). 한국계 중국인(O). 한국계 미국인(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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