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0월 중순 충남 예산 수덕사에서 수덕사 700주년 기념행사의 하나로 ‘한중일 천명승려독경대법회’가 열렸다. 중국 100명, 일본 100명, 한국 800명의 승려가 법화경을 독송하는 이 행사는 그 자체로 장관이었을 뿐 아니라 의미가 깊었다. 한국이 불교를 중국에서 전래받아 일본에 전한 역사 때문이었다. 이 행사는 수덕사가 양국 사찰과 오랫동안 교류를 해와 가능했다.
9월 17일부터 부여, 공주에서 열리는 세계대백제전에서도 이 행사를 볼 수 있을 뻔했다. 하지만 세계대백제전추진위원회(추진위)의 이해할 수 없는 일처리로 행사가 퇴색했다.
수덕사가 독경대법회를 추진위에 공식 제안한 것은 지난해 12월 14일. 수덕사 주지인 옹산 스님은 ‘국제적인 이벤트가 부족해 세계대백제전 행사가 집안 잔치로 끝날 우려가 있다’는 언론 보도를 보고 한중일 3국 승려가 참가하는 이 행사를 제안했다. 하지만 추진위는 4개월 동안 답신조차 보내지 않다가 4월 16일에서야 “예산이 부족하니 참여인원을 500명으로 줄여 행사를 하자”고 제안했다. 추진위 관계자는 “백제문화단지 능사(陵寺) 운영 주체(사찰) 문제와 함께 검토하려다 답신이 늦어졌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수덕사는 이 행사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추진위가 교구 관할 문제를 이유로 A 사찰과 공동 주최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수덕사 관계자는 “행사를 먼저 제안한 데다 노하우가 있는 만큼 행사를 맡기면 A 사찰과 협의해 진행하겠다고 했는데 행사 주체를 나눠 마찰만 빚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결국 행사는 중국과 일본 승려는 불참한 채 A 사찰 주관으로 백제문화단지 능사 부처님 점안식 행사의 하나로 축소돼 열린다. 수덕사는 추진위의 공문처리 늑장 등에 대해 조사해 달라며 지난달 24일 충남도에 감사를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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