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 인문대 교수 12명
일반인 상대 화요일마다
한시-사서삼경-신화 강연
대구 동부도서관 ‘문화 열기’
“오늘 수업을 하고 나니 자주 가는 팔공산이 다르게 느껴지네요. 대구의 구석구석을 소박하지만 애정을 가지고 보면 저부터 달라지지 않을까 싶고요.” 7일 오후 9시 대구 동구 신암동 대구시립동부도서관 204호 강의실. 주부 박미경 씨(50·대구 수성구 범어동)는 첫 수업의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런 강좌가 수도권에서 많이 열리는 것을 신문에서 볼 때마다 ‘대구에서도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동부도서관과 경북대 인문대 교수 12명이 마련한 ‘생활 속 인문학 강좌’가 잔잔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날 개강을 시작으로 11월 말까지 12회에 걸쳐 한시(漢詩), 한국어, 한국의 여인상, 사서삼경, 외로움이라는 문학적 주제, 그리스 신화, 커피의 역사 등을 주제로 매주 화요일 열린다. 당초 40명을 대상으로 열 예정이었으나 신청자가 넘쳐 이날 70여 명이 참석했다. 3월 개설한 첫 프로그램에 대한 반응이 좋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날 강의는 정우락 교수(46·국어국문학과)가 ‘팔공산과 대구의 문화 읽기’를 주제로 이야기보따리를 풀었다. 지난해 ‘문화공간 팔공산과 대구’라는 책을 펴낸 정 교수는 “대구 사람으로서 팔공산이 백두산이나 중국의 장자제(張家界)보다 인식이 낮다면 대구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고민도 제대로 하기 어렵지 않겠느냐”며 “대구 사람이면 자신이 어떤 자연적 문화적 풍토 속에서 성장했는지 애정을 갖고 공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수강생들이 보인 공통적인 반응은 ‘매주 공부하는 행복감’. 홍미화 씨(48·여·동구 신천동)는 “4월부터 꾸준히 이 강좌에 참여하면서 삶을 돌아보며 채우는 느낌이 든다”며 “역사와 예술 등으로 내용을 넓혀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권규희 씨(39·여)는 “더 나은 삶에 도움이 되는 것 같고 세상을 바라보는 눈도 달라진 것 같다”며 “하나씩 알아가는 기쁨에 마음이 충만해진다”고 했다. 이 강좌를 만든 권계순 동부도서관장은 “여러 분야의 이야기를 들으면 세상이 도서관의 책만큼 다양하구나 하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며 “인문학이 생활 속에 뿌리 내리는 데 도움이 되도록 꾸준히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강의를 들은 백두현 경북대 인문대학장(국어국문학과 교수)은 “교수들의 연구는 연구실을 벗어나 시민들과 공유하는 것도 중요한데 그동안 이런 노력이 부족했다”며 “학자와 시민이 만나 함께 배우는 이런 자리는 건강한 사회를 위해서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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