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 눈 수술에 써달라”2006년 4000만원 기부
경북적십자 기금 더 모아 5년째 ‘밝은 세상’ 봉사
“처음엔 ‘얼마나 더 산다고 수술이냐’는 분이 많지만 수술을 받고 눈이 밝아지면 방바닥에 있는 머리카락도 보인다며 좋아하십니다. 되찾은 시력으로 세상 구경 많이 하면서 오래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8일 오후 대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대한적십자사 경북지사의 ‘밝은 세상 프로그램 최종 보고회’에서 정임순 씨(58·여·경북 경산시 조영동)는 2년가량의 봉사활동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정 씨는 “20년 동안 적십자 봉사를 했지만 이번 활동이 가장 보람 있었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는 수술을 받은 노인과 봉사자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경북적십자는 2006년부터 지역 노인 가운데 백내장 등으로 시력이 떨어진 이를 찾아내 무료로 수술을 해주는 ‘밝은 세상’ 봉사를 시작했다. 그해 대구에서 호떡 행상 등으로 평생 모은 4000만 원을 한 80대 할머니가 경북적십자에 “노인들 눈 수술에 써 달라”며 기부한 것이 계기였다. 눈이 잘 보이지 않는 것이 노인들에게 가장 불편하기 때문에 보탬이 되고 싶었다는 것이다. 86세인 이 할머니는 현재 대구 남구 대명동에 살고 있지만 한사코 자신을 알리지 말라고 해서 이날 행사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일찍 남편을 여의고 혼자 날품팔이 등으로 5남매를 키웠다고 한다.
이 할머니가 기부한 돈을 수술비로 모두 사용한 뒤 경북적십자는 2008년 9월 후원행사를 통해 기금을 모아 이 사업을 이어갔다. 1억2000여만 원의 돈으로 시력을 되찾은 노인은 352명. 울릉도를 포함해 경북 23개 시군의 노인들이 혜택을 받았다. 수술을 받은 사람은 대부분 60∼80대로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노인 가운데 형편이 어려운 경우였다. 경북적십자는 한 명이라도 더 시력을 회복하도록 돕기 위해 안동의료원과 포항의료원 등 도내 11개 병원과 협력했다.
현재 이 사업을 위한 기금이 바닥나 계속 이어가기는 어려운 형편이다. 경북적십자 안윤식 회장은 “호떡 할머니가 계시지 않았다면 이만큼도 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노인들이 건강한 눈을 가질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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