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뮤지컬 배우가 대낮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공연기획사 간부에게 쇠망치로 폭행을 당하는 황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16일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뮤지컬 ‘코러스라인’ 제작사인 나인컬쳐 재무이사인 김모 씨(40)는 지난달 22일 오후 2시 40분경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아티움 5층 로비에서 쇠망치로 배우 A 씨(36)의 목 등을 내리쳤다. A 씨는 6월부터 지난달까지 코러스라인 무대에 선 주연배우. 지난달 22일 막을 내린 코러스라인은 가수 서태지와 아이들의 전 멤버 이주노 씨를 비롯해 유명 연예인들이 출연해 인기를 끈 작품이다.
하지만 화려한 뮤지컬 무대 뒤에는 출연료를 둘러싼 배우와 제작사 간 갈등이 숨어 있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A 씨는 출연료 225만 원을 받지 못해 김 씨와 갈등을 빚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출연료를 요구하는 A 씨에게 김 씨는 범행 전날 ‘현금으로 줄 테니 3시까지 극장 로비로 오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공연장 앞 테이블에 마주 앉은 두 남자의 대화는 1분도 채 가지 못했다. 김 씨가 준비해 온 서류봉투에서 현금 대신 망치를 꺼내 A 씨의 목과 왼쪽 등을 내리치고, 쓰러진 A 씨를 발로 차는 등 폭행을 행사한 것. A 씨는 전치 4주 부상을 입어 입원치료를 받았다.
이 같은 대낮의 ‘망치 활극’은 공연장 입구에 설치돼 있던 폐쇄회로(CC)TV에 고스란히 포착됐다. 하지만 CCTV 필름을 확보한 사람은 경찰이 아닌 A 씨였다. 경찰이 코엑스로부터 넘겨받아 조사한 CCTV 5대에는 폭행 장면이 사각지대에 있어 찍히지 않았던 것. A 씨는 “첫 조사 때 CCTV 촬영 장면이 없다는 경찰에게 한 번 더 확인해 달라고 부탁했다”며 “이달 7일 김 씨가 폭행 혐의로 맞고소를 하자 억울한 마음에 내가 직접 공연장에 가서 문제의 CCTV를 찾아 경찰에 제출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A 씨 요청을 받고 한 차례 더 현장으로 출동해 폭행 장면이 찍혀 있는 또 다른 CCTV의 캡처 화면을 확보했다”며 “김 씨가 이미 범죄 사실을 자백한 데다 A 씨의 피해사실이 인정되기 때문에 CCTV 확보 여부는 수사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해명했다. 김 씨는 경찰에서 “A 씨가 여러 사람이 보는 데서 돈을 달라고 망신을 준 적이 있어 당일 홧김에 우발적으로 폭행을 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김 씨를 폭력행위 등 처벌법상 흉기 등 상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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