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대구 남구 대명동의 한 아파트. 무당 황모 씨(32·여)가 법당(점집)을 차린 이곳에 김모 씨(34)가 찾아왔다. 김 씨는 황 씨가 내온 커피를 마신 뒤 기(氣)치료를 받았다. 황 씨는 김 씨에게 “30분 뒤 몸에 힘이 빠지고 잠이 오는 반응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고했다. 신통하게도 김 씨는 황 씨가 말한 대로 잠시 아찔한 느낌을 받은 뒤 온몸이 노곤해졌다. 김 씨로서는 ‘기 치료 효과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다음 날 김 씨는 또 황 씨를 찾아갔다. 몸이 좋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 황 씨는 곧바로 장삿속을 드러냈다. “몸에서 나쁜 기운을 몰아내기 위해서는 200만 원을 들여 굿을 해야 한다”고 말한 것. 김 씨는 굿까지 해야 한다는 말에 의심이 가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황 씨의 점집을 수색해 커피에 넣은 약품을 찾아냈다. 환각제 성분이 든 향정신성의약품인 ‘플루니트라제팜’이었다. 투약하면 긴장 완화와 정신 착란 증상이 나타나는 마약류였다.
대구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는 점을 보러 온 손님들에게 환각제 성분이 든 약품을 몰래 먹인 혐의(마약류 관리법 위반)로 무당 황 씨를 20일 구속하고 함께 일하는 종업원 1명을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 약품은 황 씨가 자신의 불면증 치료를 위해 정신과 병원에서 처방을 받아 구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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