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를 기습한 폭우는 도시와 농촌을 가리지 않고 곳곳을 할퀴며 깊은 상처를 남겼다. 특히 경기 인천지역은 이달 초 태풍 곤파스의 직격탄을 맞은 곳이라 피해가 더 컸다. 비교적 방재환경이 나은 산업단지나 도심 속 아파트형공장도 기록적인 폭우가 불러온 화를 피하지 못했다.
○ 엎친 데 덮친 피해에 농민들 한숨
‘임금님 진상미’로 유명한 경기 이천과 여주지역에는 이번에 200mm 안팎의 집중호우가 내렸다. 이천시와 여주군이 급히 파악한 결과 최소 200ha 이상의 논이 물에 잠겼다. 특히 태풍 곤파스가 왔을 때 반쯤 쓰러졌던 벼들이 세찬 비를 맞으며 이번에 완전히 물에 잠겼다. 9월 들어 100mm가 넘는 폭우가 내린 것이 벌써 두 번째. 일부 논에서는 벼에 싹이 트기 시작하는 2차 피해까지 발생하고 있다. 농민들의 입에서는 ‘흉년’이란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벼를 일으켜 세우는 것도 인건비 때문에 포기했다.
곤파스 피해가 심했던 충남 등지는 다행히 이번 폭우는 피했다. 그러나 연휴기간에 인력 지원이 끊기면서 막바지 태풍 피해 복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신 추석을 맞아 고향을 찾은 친인척들이 현장에 나가거나 인력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충남 홍성군 갈산면 출신의 이상란 씨(45)는 충남도청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농촌은 지금 좌절 중”이라며 “제발 도와 달라”고 하소연했다.
○ ‘물 폭탄’ 맞은 중소기업들 망연자실
이번 폭우는 도심 한가운데 자리한 중소기업들에도 ‘날벼락’이었다. 인천 부평구 청천동 아파트형공장인 우림라이온스벨리는 지하 1∼3층이 모두 물에 잠기면서 200여 개의 중소기업이 큰 피해를 보았다. 23일 부평구와 군부대 등에서 17대의 펌프를 지원해 지하에 찬 물을 빼냈지만 공간이 비좁아 복구에 어려움을 겪었다. 엔진 부품을 만드는 공장을 운영하다 피해를 본 이영찬 사장(52)은 “갑자기 지하주차장 출입구 쪽으로 역류한 빗물이 마치 강물처럼 공장으로 흘러들어 갔다”며 “불과 20∼30분 만에 지하에 입주한 공장들이 모두 물에 잠겼다”고 말했다. 경기 부천시 오정구 삼정동 쌍용테크노파크 내 892개 입주 업체들도 지하 침수로 공동이용시설인 압축기 등이 고장 나 당분간 공장 가동이 전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물에 젖은 설비와 완제품 피해에다 앞으로 생산 차질에 따른 막대한 추가 피해가 우려된다. 68개 중소기업이 입주해 있는 인천 계양구 서운동 일문주택개발 공장단지도 비에 잠기는 등 인천과 경기 부천에서만 공장 530여 곳이 침수 피해를 당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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