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쏟아진 폭우로 침수 피해를 본 서울 강서구 공항동 주민 정모 씨(42)는 23일 비에 젖은 가재도구 등을 골목에서 말리던 중 몇 가지 물건이 없어진 것을 눈치 챘다. 아침 일찍 밖에 내놓아 말리던 진공청소기와 검도 수련용 보호 장구가 사라진 것. 정 씨는 곧바로 경찰에 도난 신고를 했다.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물건이 없어진 시간이 오전 9시 반경으로 이른 시간인 데다 도난품 부피가 작지 않은 점 등을 감안해 범인이 이웃 주민일 것으로 추정했다. “한 노인이 무거워 보이는 큰 가방을 들고 가는 것을 봤다”는 목격자도 나왔다. 경찰은 신고 1시간 만에 정 씨 집 맞은편에 사는 주민 박모 씨(67)를 절도 혐의로 긴급 체포했다.
폐지 등을 고물상에 팔아 생계를 꾸려오던 박 씨는 경찰 조사에서 “물에 많이 젖어 버리려고 밖에 놔둔 물건인 줄 알았을 뿐 고의로 훔친 것이 아니다”면서도 “내다 팔면 돈을 많이 받을 것이라는 생각은 했다”고 주장했다. 정 씨는 “집에 물이 차 추석 차례도 제대로 못 지낸 채 집안을 정리하고 있었는데 이웃이 물건까지 훔쳐가는 게 말이 되느냐”며 한숨만 쉬었다. 경찰은 24일 박 씨를 절도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는 한편 침수 피해 지역에서 비슷한 도난 사건이 많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피해 지역의 순찰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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