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모 씨(71·여)는 1959년 만난 남편과 8년간 결혼생활을 하다 이혼한 뒤 지금의 배우자인 김모 씨를 만났다. 그러나 두 사람은 성씨와 본관(경주)이 같은 동성동본이라 당시 민법에 따라 법적인 혼인관계를 맺을 수 없었다.
궁여지책으로 부인 김 씨는 예비 시어머니의 지인 박모 씨의 딸로 허위 출생신고를 했다. 이때부터 그는 1945년생 ‘박 씨’가 됐고, 1970년 결혼해 혼인신고를 한 뒤 자녀 4명을 두고 살았다.
그러나 나이가 들자 원래 이름 명의로 돼 있는 자신의 재산을 자녀들이 나중에 상속받지 못할까 봐 걱정됐다. 김 씨는 지난해 5월 법률구조공단의 도움을 받아 자신이 만든 가공인물 ‘박 씨’를 상대로 “박 씨는 가족관계등록부상 부모의 자녀가 아님을 확인해 달라”며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와 원고가 동일인 또는 가공인물이라는 이유로 각하 판결을 내렸다. 이에 김 씨와 공단은 항소하며 “기각 판결을 내리더라도 이름을 둘러싼 사실관계를 판결 이유에 명시해 가족관계등록부 정정허가를 받을 수 있는 근거를 만들어 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여 가공인물 박 씨가 생긴 이유를 판결문에 명시하고 “가족관계등록부 정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라”며 항소를 기각했다. 결국 김 씨는 올해 2월 정정허가를 얻어 실명으로 된 가족관계등록부에 배우자와 자녀들을 올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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