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덕꾸러기 야생벼, 80kg 200만원 ‘金쌀’로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1일 03시 00분


장흥군 쇠똥구리마을 생산… 피부노화 막는 기능성분… 일반벼의 200~700배

고환석 쇠똥구리 유기농 작목회장이 전남 장흥군 용산면 운주리 논에 심어진 한국 야생 벼 적토미를 가리키며 활짝 웃고 있다. 적토미는 다음 달 말부터 11월 초까지 가장 늦게 수확된다. 사진 제공 쇠똥구리 유기농 작목회
고환석 쇠똥구리 유기농 작목회장이 전남 장흥군 용산면 운주리 논에 심어진 한국 야생 벼 적토미를 가리키며 활짝 웃고 있다. 적토미는 다음 달 말부터 11월 초까지 가장 늦게 수확된다. 사진 제공 쇠똥구리 유기농 작목회
한국 야생 벼가 기능성 쌀로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예전에는 겉이 붉고 품질이 낮아 앵미라고 불리며 천덕꾸러기이던 야생 벼가 고급 기능성 쌀로 재평가 받고 있다.

○ 기능성 쌀로 각광


30일 전남 장흥군 용산면 운주리 논 3ha(약 9000평). 이삭이 붉고 키가 150cm에 이르는 벼가 자라고 있었다. 일반 벼가 79∼95cm인 것을 감안하면 갑절 가까이 크다. 바로 토종 야생 벼 품종인 적토미다. 적토미는 수확량이 일반 쌀 품종의 25%에 불과하다. 큰 키 탓에 바람에 쉽게 쓰러진다. 하지만 염증이나 피부 노화를 막는 폴리페놀 등 기능성 성분 함유량이 일반 쌀보다 200∼700배 많다. 운주리 쇠똥구리 마을의 쌀 재배 농가는 2003년부터 적토미를 재배하고 있는데 농약이나 화학비료는 쓰지 않는다. 유기질 비료만 조금씩 사용하고 있다. 고환석 쇠똥구리 유기농 작목회장(49)은 “적토미는 야생성이 강해 경작이 힘든 데다 수확량마저 적어 초기에는 경제적 논리를 따지지 않고 재배했다”고 말했다. 현재 적토미는 백화점에서 80kg들이 한 가마에 200만 원에 팔리고 있다.

전남 강진지역 50여 농가는 올해 46ha(약 13만8000평)의 논에 갈색 벼를 시범 재배하고 있다. 이 벼는 한국 야생 벼와 일반 벼를 교배해 만든 것이다. 재배 과정에서 비료를 적게 쓰고 일부는 농약조차 뿌리지 않고 있다. 임형국 강진군 농업기술센터 지도사는 “갈색 쌀은 성인병 예방 성분인 가바 등이 많이 함유돼 있고 수익도 좋다”며 “앞으로 갈색 쌀 재배를 늘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 천덕꾸러기 앵미의 재평가

농업 전문가들은 앵미가 수천 년 전부터 한국에서 자란 야생 벼로 보고 있다. 앵미라는 명칭은 나쁜 쌀을 뜻하는 악미(惡米)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앵미는 혈압을 떨어뜨리는 성분 등 기능성 물질이 많이 함유돼 있다. 하지만 야생성이 강해 대량재배는 힘들다. 이 때문에 기능성 성분과 재배가 쉬운 일반 벼 장점을 함께 지닌 교배종이 최근 들어 속속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에 앵미 종자 100∼200종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서학수 전 영남대 식물자원공학부 교수는 “강화도에서 붉은 쌀을 재배해 제수용으로 썼다는 문헌기록이 있을 정도로 지역마다 다양한 벼 종자가 있었다”며 “앵미는 경쟁력 있는 신품종을 만드는 데 소중한 유전자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흥=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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