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인 2일 오전 연세대 2011학년도 1차 수시모집 논술고사에 응시한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정문으로 들어서고 있다. 평소 토요일 오전 연세대 앞거리가 한산한 것과 달리 이날은 시험장을 찾은 인파로 가득 찼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원래 오후 4시 신촌이 이렇게 붐비나?”
주말인 2일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연세대 정문 앞 명물거리를 찾은 시민들은 거리를 가득 메운 인파에 깜짝 놀랐다. 이날 연세대가 오전 9시, 오후 1시, 4시 반에 사회과학·인문·이공계열 1차 수시모집 논술고사를 각각 치르면서 수험생과 학부모 수만 명이 몰렸기 때문이다. 건국대 경희대 숭실대 한국외국어대 등 4개 대학도 같은 날 논술고사를 치렀다. 일요일인 3일에도 경희대와 이화여대의 수시 논술고사가 이어지면서 주말 내내 서울 시내는 극심한 혼잡을 빚었다. ○ 대학 인근 도로와 가게 종일 붐벼
시험 당일 해당 학교 앞은 ‘시장골목’을 방불케 했다. 연세대 앞은 2일 4만2000여 명의 응시자로 하루 종일 북적였다. 이틀에 나눠 시험을 치른 건국대와 경희대도 하루에만 각각 1만5000여 명이 몰렸다.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의 한국외국어대와 회기동의 경희대는 지리적으로 인접한 데다 시험일이 겹치면서 더욱 혼잡했다. 동대문구청 측은 “평소보다 배에 가까운 주차위반 차량을 단속했다”고 전했다.
대학 앞 가게들은 종일 만석이었다. 연세대 바로 앞에 있는 한 카페는 개점도 하기 전인 오전 9시 평소에는 보기 힘든 40, 50대 중년 손님이 수십 명씩 줄을 서 기다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 ‘바가지요금’ 퀵서비스 오토바이도 등장
여러 대학 시험일이 겹치면서 많은 수험생이 빠른 이동을 위해 ‘퀵서비스’ 오토바이를 이용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건국대에서 논술시험을 치른 딸을 태우고 한국외국어대까지 왔다는 최모 씨(44)는 시험 시작 15분을 남기고 지하철 1호선 외대역앞 지하차도에 도착했지만 교통정체로 차가 꼼짝도 안 하자 어쩔 수 없이 오토바이를 불렀다. 최 씨는 “급한 마음에 태웠지만 대인보험에 들지 않았을 퀵서비스 오토바이를 안전 헬멧도 없이 타고 가는 모습을 보니 덜컥 겁이 난다”며 발을 동동 굴렀다. 학교와 주변 도로에는 수험생을 상대로 ‘호객’을 하는 오토바이 퀵서비스 기사로 가득했다. 2일 건국대에서 논술고사를 치른 학생을 태우고 한국외국어대로 왔다는 한 퀵서비스 기사는 “한 번 이송에 8만∼10만 원을 받았다”며 “그래도 학부모들의 신청 전화가 끊이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교통 대란을 예상하고 아예 하루 전 서울 시내 모텔에 숙박하는 수험생도 많았다. 그 덕분에 대학가 인근 모텔은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대구에서 올라온 성모 씨(45)는 “두 개 대학 시험을 쳐 2박 3일 숙박하는 데 교통비까지 합치면 30만 원 넘게 쓴다”며 “대학 인근 모텔은 한 달 전 예약이 끝나 방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고 했다.
○ 대학은 속수무책
상황이 이런데도 대학은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화여대 오정화 입학처장은 “인근 정류장이나 지하철역에서 학교까지 오는 길 등을 자세히 공지했다”며 “셔틀버스를 운영하는 방안을 고려했지만 되레 더 늦을 수 있어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라’는 정도의 공지만 띄웠다”고 말했다. 한 대학 관계자는 “셔틀버스를 이용하다 교통사고가 나면 아직 입학도 안 한 수험생들을 학교가 법적으로 책임져야 하는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학교 측에서 신중하게 나간 것 아니겠느냐”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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