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전 대구 동구 용수동 동화사 집단시설지구 주차장. 전통 사찰을 형상화한 간이 건물 수십 채가 눈에 들어왔다. 입구에는 ‘팔공산 승시(僧市)’라는 푯말이 서 있다. 한 스님이 보따리에서 두툼한 승복을 꺼냈다. 그러자 상대방은 목탁과 염주를 내놨다. 흥정은 미소와 합장으로 이뤄졌다. 교환 물품 중에는 공양 그릇, 법문 등도 보였다. 김영주 씨(42·여)는 “스님들이 장터를 열고 물건을 교환하는 모습이 이채롭다”면서 “아이들과 놀러 왔는데 체험공간도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대구 팔공산 승시가 재현돼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날 조직위원회는 1일부터 3일까지 행사장에 10만여 명이 다녀갔다고 밝혔다. 스님들의 산중장터였던 승시는 고려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번성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마지막 승시는 팔공산 부인사에서 열렸다. 이번 승시는 이 모습을 재현한 셈. ‘승시마당’과 ‘전통문화 체험마당’ ‘다도와 사찰음식 마당’ ‘전시마당’ ‘전통공연 마당’ ‘전래놀이 마당’ 등 6가지 주제로 펼쳐졌다. 산중장터 모습을 되살린 ‘승시마당’에서는 경북 칠곡군 토향암 설봉 스님의 도자기 제작 시연이 진행됐다. 전남 해남군 대흥사 녹차 제다 시연, 경북 의성군 고운사 청국장 담그기 등도 선보였다. 목탁, 염주, 전통등, 목판화, 연꽃 양초 등을 만드는 전통문화체험장에는 수백 명의 가족 단위 참가자들이 몰렸다. 김태현 씨(48)는 “수백 년 전 스님들이 자급자족으로 조달했던 생활물자들의 면면이 신비롭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번 승시 재현에는 대구시를 비롯해 동화사, BBS대구불교방송 등이 참여했다. 전통문화 복원과 부인사 고려 초조대장경 제작 천년을 기념하는 의미를 담았다. 내년부터는 시민 참여폭을 확대할 방침이다. 행사 기간도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와 맞춰 외국인 관광코스와 연계하는 등 대구 대표 문화축제로 발돋움시킨다는 복안이다.
행사를 주관한 대구불교방송 허운 스님은 “아직 미흡한 점이 많아 문헌연구와 함께 재현 방안을 계속해서 찾을 것”이라며 “내년에는 승시에서 나타나는 스님들의 청빈한 모습을 시민들이 배울 수 있도록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연수 대구시 행정부시장은 “승시가 간직한 천년 문화유산을 세계화 해 문화도시 대구의 이미지를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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