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권 일제히 출사표… 중위권도 줄줄이 도전장
교외상보다 더 치열해진 교내경시대회… 스펙 만들기 경쟁 불꽃 튄다
그래픽 임은혜 happymune@donga.com
《서울의 한 초등학교 5학년 박모 군(11)은 최근 교내 ‘영어 말하기대회’에 참가했다가 작년보다 확연히 높아진 참가자의 수준에 깜짝 놀랐다. 본래 영어를 좋아하는 상위권 학생인 박 군은 지난해만 해도 특별한 준비 없이 같은 대회에 나가 아침부터 밤까지 하루 일과를 말하는 것으로도 우수상을 받았다. 이번엔 달랐다. 작년엔 참여하지 않았던 이 학교 최상위권 학생들이 다수 참가했기 때문. 박 군은 고배를 마셨고, 최우수상은 자신의 꿈을 별에 빗대어 3분간 설명한 학생에게 돌아갔다. “다른 아이들이 예전과 다르게 너무 잘한다”고 풀 죽은 박 군을 보며 속상했던 어머니 이모 씨(40).
주변 학부모들을 통해 다른 아이들이 어떻게 이 대회를 준비했는지를 알아봤다. 이 씨는 “아이의 영어 원고를 부모가 서너 번씩 고쳐주고 원어민 강사에게 감수를 받는다거나, 심한 경우 학원에서 원고 대필을 해오기까지 한다고 들었다”면서 “교내대회 비중이 높아지면서 교외대회를 주로 공략하던 최상위권 학생들이 교내대회에 힘을 쏟는 바람에 경쟁이 치열해졌다”고 말했다.》 요즘 초등학교 교내대회가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올해부터 초중고 학교생활기록부에 수학올림피아드나 과학경시대회처럼 교과와 관련 있는 교외상의 수상실적을 기재할 수 없게 됨에 따라, 교내대회를 통해 ‘스펙’을 쌓으려는 경쟁이 때론 정도를 넘어서고 있는 것. 교외대회에 신경을 쓰던 최상위권 학생들이 교내대회로 대거 몰리면서 이런 경향은 더욱 짙어지고 있다.
학교현장에선 지나친 경쟁과 사교육을 막자는 취지에서 학생부 기재방식을 바꾼 결과 교외대회의 경쟁이 교내로 옮겨오는 이른바 ‘풍선효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부터는 선행상, 효행상 등 교과와 관련 없는 교외상의 수상실적 기재도 전면 금지됨에 따라 교내대회를 둘러싼 이상 열기는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 교내대회, 학부모까지 나선다
초등학교에서 교내대회를 두고 벌어지는 경쟁은 국제중, 특목고 등 상급학교 입시제도의 변화와 맞물리면서 서울 강남, 목동 등 교육열이 높은 지역의 상위권 학생들 사이에서 특히 더하다. ‘입학사정관전형’과 ‘자기주도 학습전형’에서 교사추천서의 비중이 커짐에 따라 교내 생활에 충실한 학생으로 두각을 나타내려면 교내대회에 열심히 참여해야 하기 때문이다.
영재교육원 입시도 마찬가지다. 영재교육원을 수료하면 국제중이나 특목고 입시에 유리하다는 것이 학부모들 사이의 통설. 그런데 올해 4월 교육청 및 대학부설 영재교육원들이 별도의 선발시험을 폐지하고 교사 추천과 서류심사만으로 학생을 선발한다고 발표하면서 교내상 수상으로 교사의 눈에 띄기 위해 경쟁에 불이 붙었다.
영재교육원을 준비 중인 서울 목동의 한 초등생 학부모 박모 씨(40)는 4월 교내 물로켓 대회가 공지된 뒤 물로켓 전문가가 됐다. 실전연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박 씨는 전국 단위의 교외 물로켓 대회에도 아이를 참가시켰다. 결국 박 씨의 자녀는 전국 물로켓 대회에서는 수상했지만, 대회요강이 자세히 사전 공지되지 않아 돌발 변수가 많았던 교내 대회에서는 정작 상을 받지 못했다. 박 씨는 “요즘은 교외상보다 교내상이 더 받기 힘들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상 국제중이나 영재교육원 입시에서 수상실적 자체를 점수화하는 비중이 크지는 않다. 하지만 제출하는 학생기록부에 교내상 실적이 많다면 아무래도 더 높이 평가받지 않겠느냐는 것이 상위권 초등생 학부모들의 생각이다. 여기에 언제 어떻게 입시전형이 바뀔지 모르는 상황에서 일단 유리한 것은 다 챙겨놔야 한다는 불안심리도 가세한다.
○ 교내대회 참가자 폭증
실제로 대부분의 초등학교에서 교내대회 참가자 가 현저히 늘어난 모습을 볼 수 있다. 서울 노원구의 한 초등학교의 경우 교내대회 참가자 는 지난해 1∼9월 합산 835명이었으나 올해는 39% 높아진 1168명으로 크게 늘었다. 반면 학교장 추천을 받아 교외대회에 나간 학생은 올해 1월부터 지금까지 단 3명에 불과하다. 작년엔 총 29명이 나갔다.
이 학교의 한 교사는 “최상위권 학생은 물론 교외상을 시도할 엄두를 못 내던 중위권 학생들도 교내대회에 더 많이 참여해 전반적으로 참가자가 늘어난 것”이라고 전했다.
교내대회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자 일부 학교는 수상 범위를 확대해 수상자 수를 늘리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기도 한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는 학년별로 최우수상 한 명, 우수상 한 명을 시상하던 교내대회 수상 범위를 올해부터 학급마다 한 명씩 최우수상을 받는 것으로 확대했다. 주로 주요 교과와 관련된 논술대회, 토론대회, 과학 독후감 쓰기 대회의 시상이 이 같은 방식으로 변경됐다. 이 학교의 한 교사는 “상급학교 원서를 쓸 때 ‘최우수’와 ‘우수’상이 점수 차이가 난다. 학년 최우수든 학급 최우수든 기재할 때는 ‘최우수’만 기록하기 때문에 더 많은 학생들에게 최상위 등급의 상을 줄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전했다.
국제중 원서접수 기간에 맞춰 대회시기를 조정하기도 한다. 본래 2학기에 진행하던 토론대회와 논술대회를 6학년에 한해 1학기로 앞당기는 학교도 생겨난 것. 국제중 원서 접수가 2학기에 이뤄지므로 원서를 쓰는 학생들이 수상실적을 학생부에 기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처럼 학교마다 교내상의 종류와 수가 다르고 수상실적을 학생부에 기재하는 방식도 조금씩 다르다 보니 입시를 염두에 둔 학부모의 불만도 높다.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을 둔 정모 씨(44)는 지난해 거주지를 옮겨 사립초에 다니던 아들을 공립초로 전학시켰다. 상급학교 진학을 고려 중이지만 옮겨간 학교의 경우 교내대회 수가 이전에 다닌 초등학교보다 훨씬 적어 걱정이다. 정 씨는 “교내대회 종류가 많으면 일단 내 아이가 수상할 경우 학생기록부가 다채로워져서 아무래도 유리하지 않겠느냐”면서 “상대적으로 우리 아이가 상급학교 진학에서 피해를 볼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장재원 기자 jj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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