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우리학교 공부스타/ 경북 구미 현일고 2학년 모소현 양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5일 03시 00분


“고생하시는 아버지께 합격 선물 꼭 안겨드릴 거예요”

어릴 때 ‘선생님 놀이’를 좋아했던 경북 구미 현일고 2학년 모소현 양은 초등학교 교사가 되기 위해 교대에 진학할 생각이다.
어릴 때 ‘선생님 놀이’를 좋아했던 경북 구미 현일고 2학년 모소현 양은 초등학교 교사가 되기 위해 교대에 진학할 생각이다.
《경북 구미 현일고등학교 2학년 모소현 양(17)은 초등학교 5, 6학년 때 저학년인 동네 아이들 2, 3명을 모아 놓고 ‘선생님 놀이’ 하기를 좋아했다. 소꿉놀이도, 술래잡기도 해봤지만 스케치북에 영어 ‘APPLE’을 써놓고 아이들에게 따라 읽도록 하는 것이 가장 재미있었다. 초등학교 교사가 되고 싶다는 꿈을 막연하게 품은 건 이때부터였다.

공부에는 취미가 없었다. 노래하기를 좋아했던 모 양은 중학교에 진학해서도 수업이 끝나고 집에 오면 공부를 하기보다는 노래하고 춤을 추며 시간을 보냈다. 당시 가수 ‘보아’의 인기곡을 한두 시간씩 불러보고, 아이돌 가수들의 춤을 동영상으로 내려받은 뒤 따라하는 게 일상이었다.

나머지 시간에는 TV 오락프로그램을 시청하고 여섯 살 터울인 오빠와 함께 컴퓨터게임을 했다. 수업시간에도 졸았다. 학교시험은 언제나 일주일 전 벼락치기였다. 모 양의 중1 때 성적은 전교생 200여 명 중 100등 내외. 결국 1학년 말쯤엔 아버지의 걱정이 시작됐다. 서울의 상위권 대학에 진학하게 된 오빠와 비교되는 듯해 속이 상하기도 했다.》
중2 때부터는 방에서 놀다가도 아버지가 들어오시는 기척이 나면 얼른 책상 앞에 앉아 공부하는 척했다. 그러다보니 비록 책을 펴놓고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을지라도 책상 앞에 앉아있는 ‘절대시간’이 늘었다. 그날 배운 교과서 내용을 뒤적여 읽어보기도 하고, 대충 끝냈던 학교 과제도 다시 정신 차리고 풀어보기도 했다.

“공부하는 척만 했다고 생각했는데 중2 1학기 중간고사에서 전교 50등 안에 든 거예요. 좀 더 열심히 해볼까 하는 욕심이 났어요. 그렇다고 제 시간을 모두 공부에만 쏟은 건 아니에요. 수업시간에는 졸지 않으려 노력했고요. 학교 숙제 빠뜨리지 않고 잘해가는 정도였어요.”

2학년 2학기 때는 전교 10등 안에 들었다. 3학년 때는 전교 10등 내외를 유지했다. 3학년이 되고 비평준화 지역인 경북에서 고등학교 원서를 내야 하는 시점이 오자 모 양은 어느 학교에 갈지 고민에 빠졌다. 모 양의 집은 인구 12만 명 정도의 소도시인 경북 김천. 이곳에서 계속 학교를 다닐지 다른 지역의 학교로 갈지 고민하던 모 양은 교사의 꿈을 되살렸다.

그는 교육대를 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모인 온라인 카페에 가입해 교대에 대한 정보를 탐색했다. ‘서울교대에 들어가려면 서울 최상위권 대학에 합격할 만큼 대학수학능력시험 점수가 나와야 한다’ ‘교대는 지방 쪽이라도 어디든 다 들어가기 어렵다’는 등의 글이 눈에 띄었다. 모 양은 “더 큰 도시로 가서 공부 잘하는 아이들과 경쟁하기 위해 학생들 실력이 높은 구미 현일고에 가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모 양은 원하던 고등학교에 입학하자마자 쓴맛을 봐야 했다. 입학하며 치른 신입생 배치고사와 교내 선발고사를 합친 성적이 전교생 400명 중 64등에 머물렀던 것.

학교 분위기는 수업 시간에 떠드는 아이들이 많았던 중학교 때와는 딴판이었다. 수업 시간에 다른 짓을 하는 학생이 거의 없었다. 야간자율학습 시간에도 학생들은 졸지 않고 공부에 전념했다. 덜컥 겁이 났다. 여기서 잘해낼 수 있을지 걱정이 됐다.

“내가 그렇게 잘하는 것도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교대에 가겠다는 자신감도 떨어졌고요. 그냥 집 근처 학교에 다닐 걸 괜히 멀리까지 왔다 싶었어요. 한 달 동안은 기숙사 불이 꺼지자마자 이불 속에서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울었어요.”

절대 이 학교에 적응할 수 없을 것 같던 시간들이 지나자 차츰 친한 친구들이 생겼다. 기타 동아리에 가입해 학교 앞에서 공연을 펼치는 등 학교생활 적응도 마쳤다. 학교 방침에 따라 내신과 모의고사 점수를 합산한 성적은 전교 40∼50등이었지만 크게 욕심은 내지 않았다. 1학년 겨울방학, 그런 모 양을 아버지가 불렀다. 식당을 운영하시는 아버지는 “장사하면서 사는 게 참 쉽지가 않다. 너와 네 오빠는 좀 더 안정적인 직업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진심이 담긴 아버지의 진지한 모습은 처음이었어요. 식당에 손님이 오면 아파도 상을 나르고 힘들어도 웃고 계시던 부모님 모습이 스쳐가더라고요. 나 자신과 부모님을 위해서라도 지금처럼 안일하게 공부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꼭 교대를 가야겠다고 다짐했죠.”

모 양은 이때부터 아침에 일어나 매일 메모하는 습관을 들였다. 오늘 하루 공부할 것들을 ‘언어 다섯 지문, 수학 열 문제, 영어 여섯 지문’ 식으로 리스트를 정리해 적었다. 할 일을 완료하고 하나씩 지워 나가는 재미에 예전보다 더 꼼꼼하게 공부하게 됐다. 책상에 앉아있는 시간도 늘렸다. 3시간의 야간자율학습, 40분의 기숙사 야간자율학습 외에도 혼자 1시간을 따로 공부했다. 특히 자신이 없어 내신등급이 4등급에 머물렀던 수학은 공부법을 완전히 바꿨다. 어려운 문제는 그냥 지나쳤던 습관을 버렸다. EBS 문제집을 산 뒤 모든 문제는 연습장에 풀고 같은 문제집을 한 번 더 풀었다. 꾸준히 공부한 결과 내신 성적과 모의고사 성적이 모두 올라 올해 1학기에는 전교 17등을 했다. 인문계열 내에서는 전교 9등이다. 입학시험 때 비해 약 50등이 오른 성적이다.

“아직 교대에 가기엔 부족해요. 열심히 해서 꼭 초등학교 선생님이 돼서 아이들과 친구처럼 지내고 싶어요. 그 순간이 오면 부모님께 꼭 해드리고 싶은 말이 있어요. 부모님이 믿어주셔서 꿈을 이룰 수 있었다고요.”

장재원 기자 jjw@donga.com
※‘우리학교 공부스타’의 주인공을 찾습니다. 중하위권에 머물다가 자신만의 학습 노하우를 통해 상위권으로 도약한 학생들을 추천해 주십시오. 연락처 동아일보 교육법인 ㈜동아이지에듀. 02-362-5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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