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벽으로 이뤄진 30m가량의 터널을 빠져나가니 눈앞에 선사시대의 움집이 나타났다. 동물가죽 옷을 걸친 신석기인 여러 명이 움집 옆에서 돌도끼를 갈거나 불피움터에서 음식을 만들었다. 개장을 하루 앞둔 4일 방문한 서울 강동구 암사동 ‘선사체험마을’은 기원전 4000∼3000년 이곳에 살던 신석기인들의 생활 모습을 재현하고 있었다.
강동구가 운영하는 선사체험마을은 국가사적 제267호인 암사동선사주거지 바로 옆 용지 2만3208m²(7033평)에 만들어졌다. 어로 수렵 등 원시시대의 각종 생활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한 것이 특징.
○ 신석기시대로 ‘시간여행’
마을 입구 터널의 이름은 ‘시간의 동굴’이다. 아이를 동반하고 이곳에 놀러 오는 부모라면 이 터널을 되도록 천천히 빠져나갈 것을 권한다. 동굴 벽 8개의 모니터에 현대에서 전통시대를 거쳐 청동기시대에 이르는 과정이 역순으로 펼쳐진다. 어둑한 터널에서 밝은 마을로 나가면서 마치 과거로 시간여행을 떠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움집 옆으로 난 물길을 따라가면 어로체험장이 나타난다. 이곳은 얕은 연못에 붕어를 풀어놓아 아이들이 이를 그물로 잡을 수 있도록 했다. 잡은 물고기는 집으로 가져갈 수 있지만 물고기를 잡기 전에 먼저 그물망과 막대기를 끈으로 엮어 직접 그물을 만들어야 한다. 개장 전 미리 마을을 방문한 신암초등학교 학생들은 연못 속에서 뛰어들어 붕어를 잡으며 마냥 즐거운 모습이었다.
수렵체험장에서는 가짜 돌창과 대나무활로 사슴과 멧돼지 모형을 겨냥할 수 있다. 맞히면 모형이 뒤로 반쯤 넘어간다. 미리 묻어둔 모형 빗살무늬토기를 파는 경험(발굴체험장), 도토리와 밤 등을 돌로 빻은 뒤 익히는 체험(채취체험장)도 할 수 있다. 신암초교 6학년 김경민 군(12)은 참나무 밑에 떨어진 도토리를 주워 모아 빻으며 “지금은 믹서로 갈면 되지만 옛날에는 참 힘들었겠다”라고 말했다. 같은 학교 6학년 배민화 양(12)은 “도토리가 너무 썼지만 신석기시대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알 것 같다”고 말했다. 체험프로그램별로 입장료 외에 3000∼5000원을 내야 한다.
○ 체험 때는 안전 유의
다소 위험하게 보이는 부분도 있었다. 발굴체험장에서는 아이들이 손에 목장갑을 낀 채로 땅을 팠지만 철제 모종삽 끝이 날카로운 편이어서 주의가 필요했다. 불을 피우며 도토리 등을 익히는 체험을 하던 아이 중 일부는 모형 유물을 발굴하는 데 쓰는 모종삽 위에 밤을 구워 먹기도 했다. 잔 나뭇가지에서 피어오른 불꽃이 만만치 않아 위험해 보였다. 안전요원 배치나 인솔자의 지도가 꼭 필요해 보였다.
강동구 관계자는 “암사동선사주거지가 유적지로서의 기능과 더불어 가족이 학습과 놀이를 함께 할 수 있는 에듀테인먼트 공간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것”이라고 말했다. 프로그램 참가를 위한 예약 등 자세한 사항은 암사동선사주거지 홈페이지(sunsa.gangdong.go.kr)를 참고하면 된다. 강동구는 8∼10일 암사동선사주거지 일대에서 각종 체험·공연·전시·교육 프로그램으로 이뤄진 제15회 ‘강동선사문화축제’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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