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는 업체실습-1주는 학교수업 일하고 싶은 기업 자유롭게 옮겨 인재선점 위해 기업도 적극 교육
취업 위해 마이스터자격증 필수, 경영능력 - 기술전수능력도 평가
독일 헤센 주 자동차조합에서 세운 전문학교인 란데스파슐레의 실습장에서 실습생들이 자동차 정비에 관한 교육을 받고 있다.이 학교는 이론교육과 실습이 실습장에서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 프랑크푸르트=이현두 기자 ruchi@donga.com
《독일은 가장 경쟁력 있는 직업교육 제도를 가진 나라로 손꼽힌다. 대학 진학을 결정한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의 학생은 14, 15세에 실제 직업현장으로 나가 실습생이 된다. 독일의 대학 진학률은 35% 정도이므로 3분의 2에 해당하는 학생은 직업교육을 받는 셈이다. 현장에서 경험을 쌓은 학생들은 독일에서 최고기술자를 뜻하는 ‘마이스터 자격’에 도전한다.》
독일에서는 주로 25세를 전후한 나이의 기술자들이 마이스터 자격시험을 통과하고 있다. 마이스터(명장)라고 하기에 어린 나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들은 이미 10여 년간 직업교육을 받으면서 전공 분야의 경험을 쌓아온 중견 기술자다.
○ “학교서 배운 것 회사에서 실습”
독일 학생의 진로는 초등학교 4학년 나이에 대부분 결정된다. 이때 대부분의 학생은 기본학교(하우프트슐레), 실업학교(레알슐레), 고등학교(김나지움) 중 하나를 선택한다. 고등학교는 대학에 진학하려는 학생들이 주로 선택하는데 8, 9년의 교육기간을 마치면 대입자격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기본학교와 실업학교를 선택한 학생들은 4년여의 기본교육을 마친 뒤 직업학교에서 본격적인 직업교육을 받게 된다. 독일 직업교육의 가장 큰 특징은 학교와 산업체가 긴밀하게 연결된 ‘이원적 제도’라는 것이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수업을 받는 시간은 3분의 1 정도다. 나머지 시간에는 모두 산업현장에서 실습생으로 일한다.
자동차산업으로 유명한 슈투트가르트 시내에 위치한 WSS 종합학교는 직업학교와 일반고등학교가 함께 있는 곳이다. 지난달 27일 찾은 WSS 종합학교 교실에서 학생들은 전기 배선도를 보며 자동문을 작동시키는 연습에 한창이었다. 이 학교 학생들은 2주는 산업체에서 일하고 1주는 학교에서 수업을 받는 생활을 반복한다. 3년 반의 교육과정 동안 학교보다 산업체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
직업학교 학생인 무라트 세커 군(18)은 메르세데스벤츠사(社)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올해 초에는 다른 회사에 있었는데 다른 곳에서도 일해 보고 싶어서 석 달 전부터 벤츠에 다니고 있다”며 “학교에서 배우는 자동화 설비 기술을 회사에서 직접 실습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에서 한 달에 약 800유로를 받는다.
WSS 종합학교의 실습부장 교사인 알프레드 클루스 씨는 “학교와 산업현장을 접목한 듀얼시스템을 완전히 정착시키기 위해 모든 학교 교실을 실습실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전자, 자동화 설비 분야에 특화된 이 학교는 교실마다 각종 기계 장치로 가득하다. 학교에서 공부하는 1주 동안에도 계속 실습이 이뤄지는 셈이다. 클루스 씨는 “마이스터가 되겠다는 목표가 뚜렷하기 때문에 불성실한 학생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 市-업체 실습생 교육비 분담
독일 슈투트가르트의 WSS 종합학교 학생들이 교실에서 건물 자동화 설비 기계를 작동해 보고 있다. 한 학급에 17명인 이 학교는 교실마다 다양한 기업에서 제공해준 실습용 전자, 자동화 설비 관련 기계를 보유하고 있다. 슈투트가르트=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기업들이 어린 학생들을 고용하는 것을 꺼리지 않느냐”는 질문에 클루스 씨는 “그런 일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기업으로서는 인재들을 선점한다는 의미가 있고 나중에 기술자로 자라날 학생들에게 자사 제품을 홍보하는 기회도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학생들을 받아야 세금 혜택을 볼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회사는 적극적으로 실습생들을 고용하고 있다.
에너지 회사인 EWE는 올덴부르크 시에 교육연수원을 두고 있다. 이 연수원은 직원들의 재교육과 올덴부르크 지역 직업학교 학생들의 실습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현재 이곳에서 현장실습을 하고 있는 학생은 100여 명이다. 실습생들은 매주 3일은 이곳에서 실습교육을 받고 2일은 학교에서 이론교육을 받는다. 실습생들의 교육 프로그램과 커리큘럼은 실습생들의 학교와 EWE가 수시로 협의해 결정한다. 실습생들은 EWE와 정식 채용계약을 맺고 학년에 따라 매달 650∼850유로의 임금을 받고 있다. 임금을 포함해 실습생 한 명에게 드는 교육비는 매년 2만1000유로. 올덴부르크 시가 6000유로, 회사가 1만5000유로를 부담하고 있다.
EWE 교육담당 직원인 루디거 가베아스 씨는 “실습생들은 처음 2년 동안 주로 기초 교육을 받은 뒤 3학년 때부터 마이스터가 실제 작업현장에서 직접 실습을 시킨다”며 “이때부터는 회사 일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실습생들이 회사에 이익을 주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실습생 한 명당 평균 1만 유로 정도의 이익을 회사에 가져다 준다”며 “실습생들이 우리 회사에 입사하면 교육비 5000유로를 절약할 수 있게 돼 회사로서는 실습생들에게 지원하는 돈을 모두 회수하게 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곳에서 매년 배출되는 실습생 30명 중 3분의 2 정도는 EWE의 정식 직원으로 입사하고 있다. 가베아스 씨는 “우리 회사의 장래는 교육실습생들에게 달려 있다”고 말했다.
EWE와 같은 큰 규모의 기업이 아닌 소기업에서 실습하는 학생들을 위한 보완장치도 마련돼 있다. 프랑크푸르트 시에 있는 란데스파슐레는 헤센 주 자동차조합에서 세운 전문학교로 700여 명의 실습생을 상대로 자동차 정비 관련 실습교육을 하고 있다.
이곳의 실습생들은 헤센 주에 있는 소규모 자동차 관련 기업이나 정비소 등에 채용돼 실습교육을 받고 있는 학생들이다. 이들은 이 학교에서 2, 3주 자동차 관련 신기술에 대해 집중 교육을 받는다.
헤센 주 자동차조합 홍보담당자인 클라우스 카펠케 씨는 “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실습생을 교육시키는 시설과 기술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며 “란데스파슐레는 이러한 차이를 해소해주는 교육기관”이라고 말했다.
○ 마이스터 자격 땐 대졸자 이상 대우
직업교육을 받은 독일 사람들의 최종 목표는 마이스터 자격 취득이다. 독일에서 미용실, 가구점, 제과점 등을 창업하기 위해서는 마이스터 자격이 필수다. 취업할 때도 마이스터는 일반 기술자보다 훨씬 높은 임금은 물론이고 대졸자 이상의 대우를 받는다.
독일 각지의 ‘수공업협회’는 100여 개 분야의 마이스터 자격시험을 관리한다. 슈투트가르트 수공업협회에서는 매년 700여 명의 마이스터를 배출하고 있다. 시험은 △기술 △지식 △경영능력 △기술 전수능력 등 4가지로 나뉜다. 직업학교 학생들이 대기업에서만 실습을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이스터가 운영하는 소규모 업체에서도 실습을 하기 때문에 ‘가르치는’ 능력도 중요한 기준이 된다. 슈투트가르트 수공업협회 관계자는 “마이스터의 절반 이상은 창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업체를 스스로 경영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고 기술을 학생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능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올덴부르크=이현두 기자 ruchi@donga.com 슈투트가르트=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