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김여사 주차 스트레스’ 이젠 뚝!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7일 03시 00분


관악구, 초보 여성운전자 대상 무료 안전운전 교실
후진주차-자가정비 등 이론-실습 병행실시 큰 호응

한 여성 운전자가 6일 서울 관악구 서원동 포도몰 지하주차장에서 강사의 지도를 받으며 승용차를 주차하고 있다. 사진 제공 서울 관악구
한 여성 운전자가 6일 서울 관악구 서원동 포도몰 지하주차장에서 강사의 지도를 받으며 승용차를 주차하고 있다. 사진 제공 서울 관악구
“남편은 그냥 ‘운전대를 돌려라, 돌려라’라고 하지만 어디로 돌리는지도 모르겠고…. 설명을 할 거면 어떻게 돌리라고 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김명자 씨·51)

“아파트 주차장이 좁아서 1년 동안 차가 세 번이나 긁혔어요.”(오경애 씨·54)

“집 주차장에 차를 대다가 뒷벽에 범퍼를 박았거든요. 애들 아빠가 알면 ‘그런 것도 못하느냐’고 할 것 같아서 수십만 원 들여 몰래 수리했어요. 뭐, 자기는 처음부터 잘했대요?”(이모 씨·55)

초보 운전자가 어느 정도 경험을 쌓아 도심을 주행하고 차로 변경을 잘할 수 있게 돼도 주차는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다. 6일 서울 관악구 서원동 포도몰 지하6층 주차장에서 만난 여성 운전자들은 “주차는 정말 힘들다”고 입을 모았다.

주차가 익숙지 않은 여성 운전자들은 평소 어떻게 할까. 백화점이나 마트처럼 좁은 공간에 주차해야 하는 곳은 아예 가지 않고 발레 파킹 서비스가 제공되는 곳만 간다는 운전자도 있다.

“정 안 되면 지나가는 남자한테 주차해 달라고 키를 줘요. 주차장 관리원 아저씨한테 부탁하기도 하고요. 옆에 남편이 앉아 있으면 구박만 하죠. 좌로, 우로 진땀을 빼다가 남편이 속 터진다면서 내려요. 아니면 내가 내려버리든지.”

‘장롱면허’ 13년에 6개월 전부터 싼타페 차량을 몰고 있다는 이용숙 씨(47)는 “운전대를 좌로 꺾어야 하는지 우로 꺾어야 하는지가 가장 어렵다”고 말했다.

관악구는 초보 여성 운전자 100여 명을 모집해 4일부터 무료 안전운전 교실을 열고 있다. 지난해 두 차례 교실을 운영한 결과 만족도가 높아 다시 연 것. 4일에는 사이드미러와 차로 변경, 자가 정비, 후진주차방법 등 이론교육을 했고, 팀을 나눠 7일까지 실습을 한다. 6일도 30여 명이 5대의 자동차에 번갈아 오르며 강사에게 주차 지도를 받았다.

운전 경력 23년인 이윤자 씨(54)도 이날 교육에 학생으로 참여했다. 이 씨는 “미국 등에서 살 때는 주차공간이 한국처럼 좁지 않아 크게 어렵지 않았는데 서울에서 운전을 하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찾아왔다”고 말했다. 이 씨의 딸(27)은 “저도 주차가 안 돼 힘든데 성질 급한 운전자가 뒤에서 빵빵거리면 정말 싫다”고 말했다. 평소 아파트 주차장 중 널찍이 빈 곳만 골라 주차를 했다는 김명열 씨(50)는 이날 반복해 연습을 하고 난 뒤 “이제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며 웃었다. 이날 강사로 나선 개인택시 운전사 김일경 씨(58)는 “상황에 맞춰 몸으로 감각을 익히는 수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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