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한라산 상징 ‘검독수리’ 봤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8일 03시 00분


날카로운 발톱… 검은 깃털… 고귀한 자태…본보 5차례 탐사끝 백록담서 촬영 성공

한라산 백록담 남벽 부근 절벽에 내려앉은 검독수리가 먹이를 빼앗으려는 큰부리까마귀들의 공격에도 아랑곳 않는 장면을 동아일보 취재진이 촬영했다.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한라산 백록담 남벽 부근 절벽에 내려앉은 검독수리가 먹이를 빼앗으려는 큰부리까마귀들의 공격에도 아랑곳 않는 장면을 동아일보 취재진이 촬영했다.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황금빛 노을이 잿빛 한라산 화구벽을 붉게 물들였다. 계곡에서 몰아치는 바람을 타고 그동안 베일에 가려진 검독수리 한 마리가 날개를 활짝 편 채 유유히 모습을 드러냈다. 날카로운 발톱에 들쥐로 보이는 먹이가 잡혀 있었다. 백록담을 선회한 독수리는 남벽 돌기둥 위에 사뿐히 내려앉았다.

한라산 존엄의 상징인 ‘검독수리’(천연기념물 제243-2호). 동아일보 기자가 지난달부터 5차례 탐사 끝에 6일 오후 한라산 정상인 백록담에서 검독수리를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 인적이 느껴지면 순식간에 자취를 감추기 때문에 전문가조차 목격하기 쉽지 않다. 검독수리가 돌기둥에 내려앉은 지 얼마 되지 않아 큰부리까마귀 3마리가 달려들었다. 검독수리 먹이를 빼앗기 위한 것으로 보였다. 검독수리는 큰부리까마귀의 공격에 몇 차례 날개를 펼쳤을 뿐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제주도 한라산국립공원 청원경찰인 오희삼 씨는 “검독수리를 관찰하기가 너무 어렵다”며 “한번은 바람을 타고 미끄러지듯 날면서 제주의 동쪽 끝인 성산포까지 한번에 다녀오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오 씨는 “한라산신이 환생한 것으로 여겨질 만큼 고귀하게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오 씨는 2006년 백록담에서 검독수리를 처음으로 카메라에 담았다. 이번에 동아일보가 촬영한 검독수리는 오 씨 이후 두 번째. 1998년 10월 국립공원지역인 어승생악에서 어린 검독수리 한 마리가 탈진상태로 발견되면서 제주지역에서는 처음 확인됐다. 이전까지는 관찰이나 문헌 기록이 없었다. 이후 4차례가량 한라산 정상 남벽 등지에서 관찰됐을 뿐 여간해선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한라산 검독수리는 일반 독수리와 달리 썩은 고기를 먹지 않고 살아있는 먹이만을 사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완병 제주도민속자연사박물관 연구사는 “한라산 검독수리의 서식지와 생태 등에 대한 연구가 전무할 정도이다”고 밝혔다.

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 검독수리 ::
골든 이글(Golden eagle)로 불리는 검독수리를 비롯해 독수리, 참수리, 흰꼬리수리 등 4종은 국내에서 사라지는 멸종 위기 종으로 문화재청은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멕시코의 국조(國鳥)이기도 하다. 날개를 펼쳤을 때 길이가 1∼2m에 이르고 제주에서는 노루 새끼, 꿩, 멧비둘기, 참새, 들쥐 등이 먹잇감으로 알려졌다.




▲동영상=한우만 먹는 독수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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