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스터디]수학의 왕도 “이해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11일 03시 00분


문제풀이 기술로만 익힌 수학, 학년-난도 올라갈수록 비실비실


초등학교 저학년 때만 해도 예진이는 수학을 잘하는 편에 속했다. 하지만 고학년이 되면서 수학을 어려워하거나 기피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성적도 예전보다 많이 떨어졌다. 이는 비단 예진이만의 일이 아니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걸까.

아직도 많은 학생이 수학적 개념과 원리를 이해하기보단 문제풀이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방식으로 수학을 공부하고 있다. 이들 중에는 같은 문제를 다시 틀리거나 문제를 조금만 바꿔도 당황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 잘못된 지식이나 경험을 옳다고 믿는 ‘오개념’이 형성돼 혼란을 겪는 학생들도 있다. 문제를 풀면서 내용을 충분히 이해했다고 생각한 학생들이 이런 상황을 지속적으로 경험하면서 수학에 대한 흥미와 자신감을 잃을 수 있다.

수학 학습에 있어 개념과 원리의 정확한 이해는 매우 중요하다. 최근 수학교육은 이해를 바탕으로 △수학적 사고력 △의사소통능력 △문제해결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학교 내신시험에선 서술형 문제 비중이 확대되고 답안 작성 방식도 단답형 주관식이 아닌 학생의 사고력을 요구하는 논술형이 늘었다. 과거에는 답을 찾는 것이 중요했다면 이제는 답을 찾는 과정을 얼마만큼 체계적으로 보여주는지가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된 셈이다.

그렇다면 어떤 식으로 수학 공부를 하는 게 효과적일까? 초등학교 4학년 과정 중 삼각형 단원을 예로 들어 살펴보자.

교과서에는 ‘이등변삼각형은 두 변의 길이가 같은 삼각형이다’라는 이등변삼각형의 정의가 나와 있다. 대부분의 학생은 이 정의를 깊이 생각해보지 않고 바로 확인평가 문제를 풀려고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익힌 도형의 개념이 얼마나 오랫동안 기억 속에 남을까? 기억에 남는다 해도 그 개념을 완전히 이해했다고 할 수 있을까?

이등변삼각형, 세 변의 길이가 같은 정삼각형, 내각이 모두 90도보다 작은 예각삼각형, 한 내각이 90도보다 큰 둔각삼각형이 있다고 하자. 이렇게 여러 종류의 삼각형이 주어지면 아이는 문제가 어렵다고 얘기할 가능성이 높다.

부모는 아이가 삼각형의 정의와 성질을 이해하고 공통점과 차이점을 찾아내 삼각형을 분류하는 활동을 해보도록 지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삼각형은 세 선분으로 둘러싸인 도형이므로, 변의 길이에 따라 △세 변의 길이가 같은 삼각형 △두 변의 길이가 같은 삼각형 △세 변의 길이가 모두 다른 삼각형으로 스스로 분류할 수 있도록 한다. 이렇게 여러 종류의 삼각형을 각의 특성에 따라 다시 분류하는 과정을 통해 아이는 삼각형의 정의와 성질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학습 주체가 되는 경험을 통해 아이는 수학에 대한 흥미와 자신감을 갖게 될 것이다. 또한 개념을 이해하는 수준을 넘어 확장, 연계하는 정도로 실력이 향상될 수도 있을 것이다. 즉 세 변의 길이가 모두 다른 부등변삼각형, 한 각이 90도이고 두 변의 길이가 같은 직각이등변삼각형을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는 것.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지식은 아무리 반복해도 기억으로 저장되지 않는다. 오개념을 파내고 올바른 개념으로 대체해야 기억도 올바르게 저장되며 공부도 재미있어진다. 같은 문제를 다시 틀리는 일도 없고 비슷한 문제들도 정확하게 맞힐 수 있다.

김현주 시매쓰수학연구소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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