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스터디/키워드가 있는 책읽기]왜? 5초마다 어린이 1명씩 기아로 숨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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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11일 03시 00분


120억 명이 먹을 만큼 지구촌 식량은 넘치는데…

■ 이슈 따라잡기 ■

동아일보 자료사진
동아일보 자료사진
17일은 세계 빈곤퇴치의 날입니다. 전 세계의 빈곤, 폭력, 기아로 인한 희생자를 기리고 빈곤퇴치를 위해 유엔이 제정한 날입니다. 세계 100여 개국에서 ‘지구촌 빈곤퇴치, 이제는 행동으로!’라는 구호를 외치며 캠페인을 벌입니다.

여러분이 살을 빼기 위해, 혹은 맛이 없다고 음식을 남기거나 버릴 때에도 배가 고파서 죽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실감이 잘 나지 않지요? 수치로 확인하면 더욱 놀랍습니다. 세계 인구의 7분의 1이 만성 영양실조 상태에 있습니다. 5초마다 10세 미만의 어린이 한 명이 기아 또는 영양 결핍으로 인한 질병으로 죽어갑니다. 2007년 기아로 사망한 사람의 수가 같은 해 일어난 모든 전쟁의 사망자를 더한 수보다 많았습니다.

세계인구는 약 70억 명입니다. 사람은 많고 식량이 부족해 굶는 사람이 생기는 걸까요? 1984년 당시 농업생산력을 기준으로 세계는 이미 120억 명이 먹을 수 있는 식량을 생산할 능력을 갖췄습니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지구상의 모든 사람에게 2400∼2700Cal의 먹을거리를 공급할 수 있는 것입니다. 궁금하지 않나요? 세상의 모든 사람을 뚱뚱하게 만들 수 있는 식량이 있다면서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지 말이에요.

유엔인권위원회 식량특별조사관으로서 빈곤의 현장에서 오랫동안 활동했던 장 지글러는 지구 곳곳에서 벌어지는 기아의 실태와 원인에 대해 아들과 대화를 나눕니다. 그의 책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는 “아빠, 식량은 많다는데 왜 굶어죽는 사람이 있어요?”라는 아들의 질문에 대한 아버지의 답입니다.

■ 책 속에서 키워드 찾기 ■


이 책은 빈곤의 실태와 그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합니다. 빈곤은 국가 내부의 이유로 발생하기도 하고 국제 관계 혹은 식민지 유산에서 발생하기도 하며 때로는 국제기구를 둘러싼 권력관계에 의해 오히려 재생산되기도 한다고 합니다. 이 중 몇 가지만 살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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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의 부자 나라 사람들을 사로잡고 있는 신화가 있어. 그것은 바로 자연도태설이지. 이것은 정말 가혹한 신화가 아닐 수 없어. 이성을 가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류의 6분의 1이 기아에 희생당하는 것을 너무도 안타까워해. 하지만 일부의 적지 않은 사람들은 이런 불행한 장점도 있다고 믿고 있단다. 그러니까 점점 높아지는 지구의 인구밀도를 기근이 적당히 조절하고 있다고 보는 거야. 그런 사람들은 기아를 자연이 고안해낸 지혜로 여긴단다. 산소 부족과 과잉인구에 따른 치명적인 영향으로 인해 우리 모두가 죽지 않도록 자연 스스로 주기적으로 과잉의 생물을 제거한다는 거야.”(3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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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글러는 이런 생각이 부자가 가난한 사람을 적극적으로 돕지 않는 핑계가 되고 있다고 합니다. 부자들은 날마다 기아에 시달리는 사람들, 구호시설에서 웅크린 채 죽어가는 아이들, 비쩍 마른 몸으로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지켜봐야 하는 양심의 가책을 진정시키기 위해 신화를 신봉합니다. 국제사회로부터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기 전에 국가가 나서면 해결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요? 국가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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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양에 면해 있는 항구 중에서 가장 현대적인 모가디슈 항은 크레인이나 사일로(곡물저장탑), 컨베이어 벨트 같은 좋은 설비를 갖추고 있어 하루에 수천, 수만 톤의 물량을 처리할 수 있단다. 모가디슈 항은 메르카 항에서 북쪽으로 약간 떨어져 있어. 기아가 심각한 지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지. 하지만 이 모가디슈 항은 폐쇄상태에 있단다. 이곳 동부의 군벌들이 전투를 벌이는 바람에 국제원조를 전혀 받아들일 수 없는 실정이지. 약탈에 대한 공포로 어떤 외국선박도 그곳에 정박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야. 선원들은 목숨을 잃을까봐 두려워하고 있지. 소말리아는 걸핏하면 납치나 인신매매가 행해지는 나라거든.”(3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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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까운 현실입니다. 국가가 국민의 빈곤을 해결해줄 수 없는 실정이 악순환을 야기합니다. 식량이 부족하면 식량을 재배하면 되지 않을까요? 세계 곳곳엔 개간할 수 있는 땅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세네갈은 남한의 두 배의 영토에 인구는 1200만 명 정도 밖에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아프리카에는 또 하나의 까다로운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식민지 정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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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네갈은 프랑스 식민지였는데 오로지 땅콩 농사에만 매달리도록 강요받았어. 그래서 지금까지도 이런 수출만을 위한 단일경작의 속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농민들은 방대한 양의 땅콩을 생산해. 그리고 정부는 그것을 사들여 유럽으로 수출하지. 세네갈 정부는 땅콩을 수출해서 벌어들인 수입의 일부를 태국이나 캄보디아, 혹은 그 밖의 나라에서 쌀을 대량으로 구입하지. 세네갈의 주식은 쌀이거든. 세네갈의 국민들은 무척 부지런해서 식량을 자급자족할 능력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식량을 수입해야만 하는 시스템이 되어있지. 그래서 전통적으로 매우 근면한 농민들과 비옥한 땅을 가진 나라에서 식량부족 사태가 확산되고 있는 거야.”(133∼13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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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9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회의에서 156개국의 세계 정상들이 모여 ‘새천년 개발목표(MDG)’를 정했습니다. 기아와의 전쟁을 제일의 목표로 삼고 기아 사망자 수를 2015년까지 최소한 절반으로 줄인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목표는 실현될까요. 언제쯤 달력에서 ‘세계 빈곤퇴치의 날’이 사라지게 될까요.

■ 읽고 생각하기 ■

단기간에 빈곤을 극복하고 원조 공여국이 된 우리나라는 세계의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제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1000자로 생각을 정리해보세요.
기자의 e메일로 위의 생각을 정리한 글을 보내준 독자 중 다섯 분을 선정해 책을 선물로 보내드립니다.

봉아름 기자 er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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