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실책하면 뺀다” 구단의 경고문자… 알고 보니 프로야구광이 이간질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9일 03시 00분


쓰레기통 뒤져 개인정보 입수… 동료-구단 전화번호로 협박

“오늘처럼 실책을 범한다면 기용하지 않겠다.” “이적하고 나더니 실력이 떨어졌다.”

이런 질책성 문자메시지를 받은 프로야구 선수들은 깜짝 놀랐다. 평소 아무 말 하지 않던 선배 선수와 구단 관계자가 갑자기 메시지를 보내왔기 때문이다.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은 날이면 어김없이 문자가 날아왔다. 질책성 메시지는 ‘이런 문자를 보낸 저의가 무엇일까’ 하는 불신과 오해로 번졌다. 잘 아는 사이도 아니고, 평소 대화도 없던 상황에서 경기 내용을 질책하는 메시지가 기분을 상하게 만든 때문이다.

그런데 오해는 엉뚱한 곳에서 시작됐다. 야구광인 회사원 정모 씨(33)가 지난해부터 야구장 주차장과 쓰레기통 등을 뒤져 손에 넣은 제3자의 개인정보를 이용해 문자를 보내왔던 것. 정 씨는 특히 자신이 광적으로 좋아하는 프로야구팀 선수들을 대상으로 같은 팀의 다른 선수나 구단 관계자의 전화번호를 가장해 욕설과 협박하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내 팀 내 불화를 일으키도록 했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8일 다른 사람의 주민등록번호로 개설한 인터넷 ID로 프로야구 선수 30여 명과 일반인 50여 명에게 최근 2년간 총 1만여 건의 인신공격성 문자메시지를 보낸 혐의로 정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정 씨가 일반인에게는 주로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내용을 보냈다고 밝혔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동영상=두산 이원석이 만든 `박은지의 개념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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