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한국어날 아닌 한글날입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9일 03시 00분


유공자 10명중 7명이 ‘한국어’ 관련 공로 수상
학계 일부 “한글-한국어 차이 구분못한다” 비판

“10월 9일은 ‘한국어날’이 아니라 ‘한글날’입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달 제564돌 한글날을 앞두고 한글 발전에 힘쓴 유공자들을 발표한 것과 관련해 한글 학계에서는 이들이 ‘한글’ 유공자가 아닌 ‘한국어’ 유공자라고 반발하고 있다.

문화부가 지난달 30일 올해의 한글유공자로 발표한 연세대 이상섭 명예교수, 미국 국방외국어대학 강사희 교수 등 10명은 9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한글날 경축식장에서 훈·포장과 표창을 받는다. 문화부는 이들의 수상 이유를 ‘문학비평 및 한국어의 연구와 발전, 보급에 힘썼다’(이상섭 교수), ‘미국 대학에서 한국어 교육을 담당했다’(강사희 교수), ‘한국어 교육기반을 마련하고…’(김도영 인도 델리대 교수), ‘음성언어 전문가로서 한국어 연구 및 교육 분야에 기여했다’(유애리 한국방송공사 부장) 등으로 설명했다. 한글 입출력 장치를 연구한 KAIST 김진형 교수와 국어 어문규범 정비에 공헌한 국어생활연구원 김희진 이사장 등 두세 명을 제외하면 모두 한글보다는 한국어와 연관된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세계 소수민족들에게 한글 문자체계를 전파하는 데 힘써온 성균관대 전광진 교수는 “정부가 한글과 한국어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런 명단이라면 명칭을 ‘한국어유공자’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전 교수는 매년 같은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학계의 입장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어날’이 따로 없는 만큼 한국어와 한글을 같은 날에 기념하도록 하자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문화부 국어민족문화과 관계자는 “‘한국어 유공자’ 등 명칭을 바꾸는 것도 고려했지만, 상과 행사의 연속성을 지켜야 하는 측면도 있고, 국내외에서 ‘한글’이라는 단어가 갖는 브랜드적 특수성이 있기 때문에 원명칭을 유지하기로 했다”고 해명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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