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A초등학교 학부모들은 최근 3년간 내지 않아도 될 9000만 원을 방과후 학교 수업비로 냈다. 이 학교 학부모들은 방과후 컴퓨터 수업 수강료로 매달 2만8500원을 부담했다. 그러나 학교 구성원 누구도 적정 수강료가 얼마인지 계산한 적이 없었다.
경기도교육청이 내부 감사를 실시한 결과 적정 수강료는 2만2000원이었다. 3년간 학부모들이 추가 부담한 9327만 원은 외부 업체에 넘어 갔다. 그 대신 업체는 학교 교실 리모델링 비용 3150만 원을 불법 찬조금으로 제공했다.
방과후 학교는 일선 초중고교 99.9%가 실시하고 있는 제도. 그러나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박영아 한나라당 의원이 각 시도교육청에서 제출받아 10일 공개한 ‘방과후 학교 관련 감사 및 처분 현황’에 따르면 A초등학교 같은 부실 운영 사례가 많았다. 외부 업체와 1억 원이 넘는 방과후 프로그램 계약을 체결할 때는 공개 입찰을 해야 한다. 하지만 A초등학교를 비롯한 여러 학교는 특정 업체에 평가항목 및 배점기준 등을 유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외부 업체가 참여하는 방과후 프로그램은 계약기간 안에 투자 금액을 회수해 이익이 발생하면 수강료를 내리도록 계약서에 명시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이를 어긴 학교도 많았다. 지난해 기준으로 전체 방과후 특기 적성 강좌 중 78.9%는 외부 업체가 맡고 있다.
강사 채용 과정에서도 편법이 심했다. 학교장이 개인적으로 면접만 보고 외부 강사를 채용한 학교가 많았다. 또 외부 업체가 계약서에는 자격을 갖춘 강사를 보내겠다고 한 뒤 실제로는 무자격 강사를 보낸 사례도 많았다. 교사들도 문제였다. 출장이나 연가 등으로 실제 수업을 하지 않았지만 서류에는 방과후 수업을 진행한 것으로 처리해 수당을 챙겨간 사례가 전국에서 적발됐다. 전기안전 점검 대행료를 방과후 수강료에서 지출한 학교도 있었다.
수강료를 정하면서 학교운영위원회 심사를 거치지 않은 학교도 많았다. 특히 부교재를 정할 때 학운위 심사를 생략했다.
저소득층 지원도 엉망이었다. 전남 C고는 재학생 298명에게 방과후 학교 자유 수강권을 지원하겠다며 전남도교육청에 예산 1억 원을 신청했다. 그러나 이 학교가 실제로 지원한 학생은 절반도 안 되는 145명이었다. 이 학교는 초과 지원 예산을 강사비와 관리비 등으로 썼다. 경기 D고 역시 저소득층 지원 예산 725만 원을 다른 곳에 썼다. 각 시도교육청은 예산 부족을 이유로 학생 1인당 지원 금액을 줄였거나 줄일 예정이다. 성범죄를 포함한 범죄 경력 조회를 소홀히 했다고 지적을 받은 학교도 많았다.
박 의원은 “방과후 학교는 건물 임차료나 운영비가 들지 않기 때문에 사설 학원보다 저렴한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교육 당국과 학교가 의지를 가지고 정확한 수요 조사와 수익 조사를 실시한다면 학부모 부담을 3분의 1 정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2008년 67.2%였던 방과후 학교 만족도가 올해는 61.8%로 떨어졌다. 부실 운영이 그 원인은 아닌지 방과후 학교에 대한 전면적인 실태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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