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때부터 요리사의 꿈을 키운 한국조리과학고 1학년 최슬빈 양. 그는 요리와 공부에 모두 소홀히 하지 않은 결과, 고1 1학기에 전교 60등이었던 성적을 고1 1학기 기말고사 때 전교 19등까지 끌어올렸다.
《경기 시흥시 한국조리과학고 1학년 최슬빈 양(16 )의 꿈은 요리사다. 아직 고1이지만 한식조리기능사와 양식조리기능사 자격증이 있을 정도로 요리에 대한 열정이 남다르다. 최 양이 요리의 매력에 푹 빠져든 건 초등학교 때부터다.
“매일 어머니께서 주방에서 요리하는 모습을 지켜봤어요. 칼로 빠르게 재료를 다듬는 모습도 멋져 보였고, 도마에 칼이 부딪치는 소리도 경쾌하게 들렸어요.”
어머니가 요리할 때마다 옆에서 도우며 요리에 흥미를 키우던 최 양이 ‘본격적으로 요리를 배워야겠다’고 결심한 건 중학교 입학 후. 그는 다짜고짜 어머니에게 “요리사가 되는 게 꿈이니 요리학원을 보내달라”고 했다.
“처음엔 장난이라 생각하셨어요. 나중엔 ‘요리사가 얼마나 힘든 직업인줄 아느냐’며 말리시기도 했죠. 하지만 계속되는 설득에 어머니는 결국 ‘좋은 성적을 유지하면 요리학원에 보내주겠다’고 말씀하셨어요.”》 “공부에 집중을 하지 못했어요. 인강(인터넷 강의)을 듣다가도 요리 관련 블로그에 들어가 각종 요리사진을 봤죠. 교과서를 보는 것보다 요리 레시피를 보는 게 더 재밌었어요.”
고교 진학 후 첫 1학기 중간고사 성적은 전교 245명 중 60등. 소폭 하락한 성적이었지만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다. 요리를 하는데 수학, 과학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최 양의 머릿속은 온통 요리로만 가득했다.
별 걱정이 없이 어머니에게 성적표를 보여준 최 양은 어머니의 반응에 깜짝 놀랐다. 어머니는 크게 화를 내며 최 양에게 “다음 시험에서 전교 30등 안에 들지 못하면 전학을 보내겠다”고 했다. 어머니가 야속하게 느껴졌다. 아직도 요리사의 꿈을 몰라주고 공부만 강요하시는 듯했다. 다음 날 최 양은 담임교사와 상담하면서 어머니가 화를 낸 진짜 이유를 알게 됐다.
“선생님께서 ‘요리만 잘한다고 훌륭한 요리사가 되는 건 아니다’고 말씀하셨어요. ‘요리사로서 산다는 게 호락호락한 일이 아니다. 요리 외에 다른 부분도 완벽해야 진정한 요리사로 발전할 수 있다’고 충고하셨죠. 조리기능장인 선생님의 말이 현실적으로 다가왔어요. 또 어머니가 왜 저에게 화를 냈는지 이해가 되더라고요. 어머니는 제가 요리를 핑계 삼아 공부에 노력하지 않는 모습을 꾸짖었던 거예요.”
최 양은 요리뿐 아니라 공부에서도 최고가 되기로 결심했다. 방과 후 학교를 마친 뒤 야간자율학습시간인 오후 7시부터 10시까지는 오로지 눈앞에 있는 교과서와 문제집에만 집중했다. 기말고사 시작 1∼2주 전부터는 수업시간을 제외하고 하루 8시간 이상을 공부에 매진했다.
최 양이 살짝 귀띔해준 자신만의 공부비법은 바로 ‘수다’다. 개념을 이해하거나 어려운 내용을 공부할 때 최 양은 자기 자신과 수다를 떤단다. 스스로에게 개념을 가르치는 모습을 상상하며 혼잣말을 함으로써 내용을 효과적으로 이해하고 암기하는 것이다. 그는 “생각을 정리해 말하면서 한 번 이해하는 동시에 내가 한 말이 맞는지 다시 확인해볼 수 있어 반복학습의 효과가 있다”면서 “이런 과정을 거치면 ‘내가 어느 부분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지’를 스스로 진단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 양은 모르는 문제가 있을 때도 수다를 활용한다. 친구들과 토론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것.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어려운 내용을 쉽게 이해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뿐더러 이런 방식은 기억에도 오래 남는다는 게 최 양의 설명이다.
“지난 중간고사 때는 기숙사 룸메이트 친구 7명과 ‘광합성’에 대한 토론을 했어요. 과학을 잘하는 친구의 도움을 받아 ‘광합성의 정의’ ‘왜 광합성을 하면 이산화탄소가 소비되고 산소와 물이 생성되는지’ 등에 대해 쉽게 이해할 수 있었죠.”
물론 요리공부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고교 과정의 특성상 조리 실습은 점수에도 크게 반영된다. 최 양은 실습을 마친 후에는 ‘요리일기’를 썼다. 요리를 하는 과정과 그 결과물을 사진으로 찍어 포트폴리오를 만들었다. 조리과정에서 실수했던 내용도 꼼꼼히 기록했다.
최 양의 공부법은 1학기 기말고사부터 바로 효과를 발휘했다. 전교 245명 중 19등. 9등이던 반 성적도 4등으로 뛰어올랐다.
요리학원에 처음으로 등록했을 때, 한국조리과학고에 합격했을 때, 처음으로 요리실기 수업을 했을 때…. 요리에 대한 많은 기억 중 최 양은 학교에서 올해 5월 실시한 ‘가정봉사의 날’에 닭고기 롤, 닭고기 완자 등을 만들어 가족 저녁상을 직접 마련한 순간을 가장 특별했던 기억으로 꼽았다.
“어머니가 음식을 드시더니 ‘우리 딸 한국조리과학고 보내길 잘했네’라며 칭찬해주시더라고요. 시험에서 100점을 받았을 때도 아무런 말이 없으셨는데…. 콧등이 시큰했어요. 요리사가 될 때까지 더 열심히 요리하고 공부해야겠다고 결심했지요.”
최 양의 1차 목표는 경희대 호텔조리학과에 진학하는 것. 그는 인터뷰를 모두 마치고 “고1 2학기 중간고사 가채점 결과 국어와 과학점수가 7점 올랐다”며 웃음 지었다. 요리와 공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는 최 양의 도전은 현재진행형이다.
이승태 기자 stlee@donga.com ※‘우리학교 공부스타’의 주인공을 찾습니다. 중하위권에 머물다가 자신만의 학습 노하우를 통해 상위권으로 도약한 학생들을 추천해 주십시오. 연락처 동아일보 교육법인 ㈜동아이지에듀. 02-362-5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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