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동서남북/이권효]취임 100일 ‘다짐’만 하는 교육감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12일 03시 00분


“꿈과 행복을 주는 일류 대구 교육을 만들겠습니다.” “명품 경북 교육의 꽃을 활짝 피우겠습니다.” 우동기 대구시교육감과 이영우 경북도교육감이 취임 100일을 맞아 내놓은 각오다. 듣기 좋은 말이지만 6월 선거 때 자주 들었던 슬로건이어서 무겁게 와 닿지 않는다.

대구시교육감, 경북도교육감이 내놓은 내용은 대구와 경북 교육이 100일 동안 열심히 ‘성장’한 모습이기보다는 여전히 ‘다짐’하는 수준이다.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정책과제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우 교육감과 이 교육감은 선거 전부터 당선이 유력했다. 투표 결과도 예상대로였다. 그런데도 취임 100일 동안의 성과라며 비전이나 청사진을 말하는 것은 상황에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대부분 선거 때에 나온 내용과 별 차이가 없는 데다 다른 시도교육청에서 이미 다 하고 있는 것들이다.

‘대구 교육의 명예 회복’, 나아가 ‘꿈과 행복을 주는 대구 교육’을 강조하는 우 교육감의 말은 그다지 믿음직하게 들리지 않는다. 취임식 때 김범일 대구시장과 함께 ‘대구교육특별시’를 만들자며 손을 번쩍 들었지만 100일이 지난 지금 아무런 진전이 없다. 교육비리를 막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을 가장 큰 성과로 내세우지만 그렇게 자랑할 일은 아니다.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경북은 학교가 23개 시군에 흩어져 있어 대구에 비하면 효과적인 교육정책을 마련하기가 훨씬 어렵다. 포항, 구미와 소규모 농어촌 지역의 교육 여건 차이도 적지 않다. 이 교육감이 도내 시군을 모두 찾아다니면서 농어촌과 도시 지역의 격차를 줄이려고 고민하는 점은 눈에 띈다. 울릉도나 청송, 영양 같은 농어촌 학교에서도 학생과 학부모, 교직원들이 기죽지 않고 교육하고 학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이다.

대구와 경북은 ‘교육의 고장’이라는 말이 있지만 이런 전통도 다른 지역에서 인정해줄 때 의미가 있는 것이다. 지금처럼 전국에 내놓을 만한 강점이 없는 상태라면 학부모들의 박수를 받기 어렵다. 지자체별로 교육에 대한 관심과 경쟁이 점점 높아지는 지금은 더욱 그렇다. 무엇보다 다른 시도에서 “대구 경북의 교육을 배우자”며 찾아올 수 있는 성과를 한 가지라도 내놓을 수 있도록 절박한 심정으로 취임 1년을 향해 뛰어야 할 것이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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