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전남 완도군 군외면 흑일도 주응배 이장(70) 집. 주민 이모 씨(67)가 소주, 밀가루 등 각종 생활필수품을 사갔다. 이 씨는 “예전에는 2홉들이 소주를 2000원에 구입했지만 현재는 이장 집에서 1000원에 산다”고 자랑했다. 2홉들이 소주의 대형 마트 판매가격은 1100원이다. 흑일도는 완도군 완도읍에서 뱃길로 1시간, 해남군 송지면 땅끝마을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외딴섬이다. 주민 80명은 대부분 이장 집에서 생필품을 구입하고 있다. 주 이장은 “주민 봉사 차원에서 생필품을 보관해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흑일도 같은 낙도에서 생필품 가격이 육지 대형 마트보다 싼 이유는 뭘까.
전남도는 물류비 지원을 통해 외딴섬 주민들에게 13가지 생필품 가격을 30% 이상 싸게 공급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이 사업은 운송비 등을 이유로 육지보다 40∼50% 비싼 값에 팔던 섬 지역 생필품을 농협 유통망을 활용해 원가에 공급하는 것이다. 유통비용은 각 자치단체에서 부담하고 이장 집, 부녀회장 집 등에서 원가로 생필품을 판매한다.
섬 지역 물류비 지원으로 원가에 생필품을 판매하는 곳은 현재 여수시와 완도군 각 16곳, 고흥군 6곳, 신안군 2곳 등 모두 40곳에 이른다. 하지만 전체 40곳 가운데 흑일도처럼 생필품 물류비 지원 판매가 활성화된 곳은 20∼30%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좁은 섬 마을에서 같은 주민이 운영하는 기존 구멍가게를 외면하기 힘들고 판매에 시간과 일손이 많이 들어 맡기를 꺼리기 때문이다.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생필품 물류비 지원은 낙도 주민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김상철 완도농협 군외지점 하나로마트 담당은 “생필품 물류비 지원사업이 사업 초기라 시행착오를 겪고 있지만 섬 주민들은 대부분 좋아한다”고 말했다. 전남도는 앞으로 도내 유인도 276곳 가운데 165곳에서 생필품 물류비 지원사업을 펼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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