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포항시 감동의 기업유치 작전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13일 03시 00분


“직원은 물론 가족도 함께 정착해야 진정한 성공”,“주거환경 직접 평가 받자”버스 3대 보내 가족 모셔와 사택현장 견학… 시정브리핑…이사하려는 가족 크게 늘어

“이번 방문 때 따뜻하게 맞아줘 고맙습니다. 많은 직원이 포항으로 이사하고 싶다고 합니다.” 11일 오전 경북 포항시청 기업유치과에 전화가 걸려 왔다. 지난 주말 포항을 찾았던 경기 시흥시 시화공단에 있는 동성산업 관계자였다. 포항시 최규진 기업지원담당은 12일 “내년 3월 공장이 본격 가동하면 직원 모두 가족과 함께 포항에 정착할 수 있도록 모든 정성을 쏟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및 중장비 부품 등을 생산하는 동성산업은 올해 4월 포항시 북구 흥해읍 영일만 2산업단지에 330억 원을 투자해 1만9835m²(약 6000평) 규모의 공장을 짓기로 포항시와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 공장은 다음 달 준공할 예정이다.

이 회사의 직원은 80여 명. 문제는 새 공장이 가동했을 때 직원들만 포항에서 살고 가족은 시흥에 남느냐 아니면 가족 모두 포항으로 이사하느냐는 것이다. 포항시는 가족에게 포항의 주거환경을 직접 평가 받는 방식을 선택했다. 공장 가동에 맞춰 가족이 포항에 정착해도 충분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지난 주말 버스 3대를 시흥에 보냈다.

9일 점심 때 포항에 도착한 이 회사 직원 80명과 가족 13명 등 90여 명은 버스에서 내려 포항 명물인 물회를 먹었다. 이어 공사가 마무리 단계인 공장과 직원 사택 조성 현장을 둘러봤다. 포항시청으로 온 직원과 가족들은 포항시의 발전 계획을 ‘브리핑’ 받았다. 시청 입구에서 이들을 맞은 포항시 손수익 경제산업국장은 “유치한 기업의 직원과 가족을 대상으로 ‘시정 보고’를 하기는 처음”이라며 “직원과 가족 모두 내년 봄에 포항으로 이사 왔으면 하는 바람으로 정성껏 설명했다”고 말했다.

직원과 가족들은 특히 포항의 주거와 교육 환경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포항시는 포스텍(포항공대)이 있는 효자동 및 지곡동 일대의 쾌적한 주거 환경을 소개하고 포항 시내 곳곳을 버스로 안내했다. 직접 살펴보면서 포항의 가치를 느껴 보라는 것이었다. 한 가족은 “대규모 어시장인 죽도시장도 인상적이고 북부해수욕장의 풍경도 마음에 든다”며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보다 포항의 분위기가 훨씬 좋다”고 말했다.

동행한 이 회사 양성익 대표(41)도 마음을 놓는 모습이었다. 직원 따로 가족 따로 생활할 경우 가정이 안정되기 어렵고 이는 곧 회사에도 손실을 미친다는 것이다. 양 대표는 “포항 투자를 결정한 뒤 직원 가족들이 회사 이전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걱정했다”며 “이사하려는 가족이 많아 큰 부담을 덜었다”고 말했다. 일정을 바꿔 이들을 맞은 박승호 시장은 “주거와 교육 환경이 뒷받침되면 수도권 기업도 충분히 유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며 “내년 봄에 가족들이 포항시민이 되면 대대적인 환영식을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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