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테이션/동아논평]아직도 머나먼 양성평등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13일 1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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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남녀평등 지수가 바닥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세계경제포럼(WEE)은 세계 134개국의 정치 교육 고용 보건 등 4개 분야에서 매년 남녀간 불평등 상황을 계량화한 성 격차 지수를 순위로 매깁니다. 12일 발표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115위에서 올해 104위로 11단계 상승했지만 여전히 100위권 밖에서 맴돌고 있습니다.

세부항목을 보면 식자율(Literacy Rate)과 건강한 기대수명에서는 1위를 차지했지만 출산 성비(124위), 임금평등 수준(116위), 입법자 및 고위 관료 관리직(111위), 초등교육 등록(99위), 여성 의원 현황(78위) 등이 순위를 끌어내린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여성의 수입은 남성의 절반(52%)이었고 국회의원, 정부 및 기업 고위직 수는 남성의 11%에 불과했습니다.

한국 여성은 교육 및 보건에선 세계 최상의 혜택을 받고 있지만 경제활동 참여에서 큰 제약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여성의 수입이 남성보다 작고 고위직 진출이 적은 것은 비단 남녀평등 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나라의 성장잠재력 차원에서도 문제입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나 매킨지 보고서는 한국이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어느 나라보다 우수한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비율을 끌어올리는 것이 결정적이라고 제안하고 있습니다.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동아일보가 국내 10대 대기업의 여성임원을 조사한 결과 여성은 전체 간부의 1.3%에 불과했습니다. 똑똑한 여성들이 정부와 기업에 많이 진입함에도 불구하고 임신과 출산의 벽을 넘어서지 못하고 30대에 경력이 단절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여성의 고위직 진출은 정부나 기업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여성의 시각을 반영할 수 있기 때문에도 중요합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초래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났을 때 월가에 여성 임원들이 많았다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란 말이 나온 것도 그래서입니다. 여성의 고위직 진출이 늘어나면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는 사회분위기 조성에도 큰 힘이 될 것입니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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