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동서남북/조용휘]국감장 앞 ‘노동자 몸싸움’ 언제까지…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14일 03시 00분


12일 오전 부산 연제구 부산지방고용노동청 앞.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소속 조합원 1000여 명이 모여 ‘영남권 노동자 결의대회’를 열었다. 푸른색 대형 깃발과 현수막, 피켓 등을 든 이들은 인도를 점거한 채 ‘부당노동행위’ 등을 비난했다. 왕복 4차로 중 한 개 차로를 가로막은 15t 트럭 위에서 사회자는 심한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이 시간 부산지방고용노동청 4층에서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부산·대구지방고용노동청에 대한 국정감사가 열렸다. 민주당 홍영표 의원이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국감장 앞에서는 많은 노동자가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며 현 정부의 노사정책을 비판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노동자들은 더욱 기세를 올렸다. 스피커 소리에 국감 진행도 원활하지 않았다.

결국 한나라당 차명진 의원이 ‘반론’에 나섰다. 그는 “이명박(MB) 정부와 김대중(DJ) 정부, 노무현 정부에서 각각 정부 출범 이후 2년 9개월간 노사분규 발생건수를 분석한 결과 466건, 528건, 1029건이었다”고 밝혔다. 차 의원은 “그렇다면 현 정부에 대한 (노동자) 불만은 많은데 공권력으로 눌러 분규가 줄어든 것이란 말이냐”고 되물었다. 같은 기간 법외(불법)분규는 현 정부 146건, DJ 정부 206건, 노무현 정부 101건이었다는 사실을 덧붙였다. 그러고선 “문제 소지는 줄었고, 근로자 기(氣)는 죽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지방노동청 정문과 청사 1층에서 “이게 국감장이냐? 노동자들은 왜 참관할 수 없느냐”는 항의와 몸싸움이 이어졌다. 그동안 쌓인 불만들을 일시에 분출하는 것처럼 비쳤다. 현장을 지켜본 한 시민은 “국감은 결국 자신들의 요구와 문제를 해결하는 자리인데, 차분하게 주장을 펴는 자세가 아쉽다”고 말했다. 절제된 언행으로 논리를 관철하는 ‘노동운동 선진화’, 노동자 애로를 귀담아들어 반영하는 ‘노동정책 선진화’는 언제쯤 이뤄질까.

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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