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 공공근로사업’을 벌여 지방자치단체 예산 1억여 원을 빼돌린 장애인들이 붙잡혔다. 이들은 취약계층을 위한 공공근로사업의 경우 지자체의 감시가 소홀하다는 점을 악용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장애인 무료 급식사업’ 등 그럴듯한 공공근로사업을 하는 것처럼 거짓으로 사업계획서를 꾸민 뒤 이를 구청에 제출해 총 1억3800만 원을 타낸 전 한국지체장애인협회 광진구지회장 고모 씨(46)와 한국교통장애인협회 광진구지회장 이모 씨(61·여)에 대해 사기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1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고 씨와 이 씨는 2007년 9월부터 올해 7월까지 광진구청에 거짓 사업계획서를 제출하고 사업 인건비 명목으로 각각 9800만 원, 4000여만 원을 챙겼다. 이들은 평소 알던 지인과 지적 장애인을 ‘유령 근로자’로 둔갑시켜 등록하고 구청에서 이들의 계좌로 들어오는 돈을 챙겼다.
구청들은 이들의 거짓 사업계획서를 제대로 따져보지도 않고 거액의 돈을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근로사업은 저소득 취업취약계층에 공공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국가가 지원하는 사업으로 올해 서울시의 공공근로사업 예산은 약 198억 원에 이른다. 시 예산이지만 실제 사업대상자 선정 및 예산 집행은 각 자치구가 맡아서 진행한다. 경찰 조사 결과 그동안 구청은 공공근로사업 대상자 선정 시 사전에 장애인협회로부터 공공근로대상자 명단을 넘겨받아 대상자를 선정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고 씨 등은 경찰 조사에서 “구청이 관리에 허술해 욕심이 생겨 이런 일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해당 구청은 고 씨 등이 제출한 유령 근로자 명단이 실업자인지 저소득층인지도 확인하지 않고 장애인단체가 제출한 사업 서류만 믿고 혈세를 지원했다”며 “공공근로사업비 집행의 적정성에 대한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경찰은 명의를 빌려준 유령 근로자와 범행을 도운 2개 협회 관계자 등 27명도 불구속 입건했다. 감시를 소홀히 한 구청 직원들에 대해서도 직무유기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당사자들이 사업이 가짜인 줄 몰랐다고 극구 부인해 입건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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