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법 증여 의혹’ 태광그룹 본사 압수수색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14일 03시 00분


계열사 지분 절반 헐값으로… 10대 아들에 양도여부 조사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 이원곤)가 태광그룹의 편법 상속·증여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13일 서울 중구 장충동 태광그룹 본사를 전격적으로 압수수색했다. 태광그룹 오너는 ‘주식 헐값 발행’을 통해 10대 아들에게 편법으로 재산을 증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이날 오전 그룹 본사에 수사관 10여 명을 보내 내부 문서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검찰은 압수물을 정밀 분석해 이호진 그룹 회장(48)이 미국에서 유학하는 외아들 현준 군(16)에게 편법으로 주요 계열사 지분을 한꺼번에 넘겼는지 조사할 계획이다.

태광산업 소액주주를 대표하는 사모펀드 서울인베스트의 박윤배 대표는 이날 태광산업 주요 계열사의 공시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 회장이 현준 군과 함께 소유한 비상장 회사에 그룹 자산을 옮기고 주요 계열사 지분의 절반가량을 아들에게 헐값에 팔아 넘겨 주주들에게 피해를 준 사실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티브로드홀딩스, 티알엠(옛 태광리얼코), 티시스(옛 태광시스템즈), 흥국증권 등 계열사들이 ‘신주 저가(低價) 발행→이 회장 고의 실권(失權)→ 현준 군에게 제3자 배정’ 등의 방법으로 현준 군이 해당 계열사 지분의 절반가량을 보유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또 이 회장이 모기업인 태광산업 자산을 다른 계열사로 몰래 이전해 해당 기업가치를 4조∼5조 원에서 1조2000억 원으로 깎아내린 개연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태광 측은 검찰의 갑작스러운 압수수색에 크게 당황하는 분위기다. 이날 오후 늦게까지 경영진의 긴급회의가 이어지며 대책마련에 고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태광 관계자는 “회사의 공식 입장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재계 순위 40위(자산 4조8000억 원, 금융 계열사 제외)의 태광그룹은 석유화학 및 섬유 전문회사인 태광산업을 모태로 흥국생명·증권, 티브로드, 티시스, 한국도서보급 등 유화·섬유, 금융, 방송 등 3개 분야에 52개 계열사를 두고 있다. 창업주 이임룡 회장이 1996년 사망한 뒤 셋째아들인 이호진 씨가 회장 직을 물려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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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용 기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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