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모 씨(63)는 2003년 4월 처음 내국인 카지노 강원랜드를 찾은 이후 바카라 게임에 급속도로 빠져들었다. 1인당 1회 베팅액은 1000만 원으로 제한돼 있었지만 카지노 직원의 눈을 피해 ‘병정’(남의 돈으로 베팅만 대신해 주는 사람)들을 이용해 6000만 원까지 돈을 걸었다. 이후 3년간 300여 차례나 도박을 하면서 200억 원이 넘는 돈을 날리고 나서야 정 씨는 카지노에 발길을 끊겠다고 굳게 마음먹었다.
그러나 불과 한 달 만에 자제력을 잃고 또다시 강원랜드로 가자 급기야 정 씨의 아들이 “아버지를 카지노에 출입하지 못하게 해 달라”고 강원랜드에 요청서를 보내기도 했다. 정 씨는 2006년 “도박중독에 빠진 고객을 제대로 보호하지 않고 한도를 초과한 베팅을 묵인하는 등 규정을 위반했다”며 강원랜드를 상대로 293억 원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서울고법 민사7부(부장판사 이한주)는 13일 “강원랜드가 정 씨에게 21억2000여만 원을 지급하라”고 원고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강원랜드 직원이 이른바 ‘병정’의 출입을 묵인해 한도를 초과한 돈을 걸도록 허용한 사실이 인정되며 이는 고객 보호 의무를 위반한 불법행위”라고 밝혔다. 다만 “정 씨가 대학원을 졸업하고 중소기업 대표까지 지내 도박의 위험성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음에도 사행심을 이기지 못하는 등 정 씨의 잘못이 손해를 키운 주원인”이라며 “강원랜드의 책임을 15%로 제한한다”고 덧붙였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