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나무다!’ 지난해 12월 경북 영주시 평은면 오운리의 한 야산을 찾은 김모 씨(35) 일당은 가슴이 두근거렸다. 수령이 150년은 족히 돼 보이는 소나무 세 그루가 단단한 바위틈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 밑동이 굵고 가지가 거칠게 뻗었다. 김 씨 일당은 이들 소나무(시가 1억5000만 원 상당)를 흙과 함께 파낸 다음 화물차에 실었다. 값비싼 소나무가 다칠세라 굴착기를 동원해 야산에 1.5km 길이의 도로까지 뚫었다.
김 씨 일당은 7개 팀으로 나눠 소나무 군락지인 경북 봉화, 안동 등지에서 조직적으로 움직였다. ‘찍새’가 비싼 나무를 찾아 사진을 찍어오면 중장비로 무장한 ‘접수팀’이 늦은 밤에 굴착기로 소나무를 파냈다. 그런 다음 ‘보관팀’이 나서서 미리 만들어 놓은 임야에 나무를 옮겨 심어 관리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2008년 12월부터 올해 6월까지 전국을 돌며 시가 16억 원 상당의 희귀 소나무 200여 그루를 훔쳐 팔아넘긴 혐의로 김 씨를 구속하고 일당 2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5일 밝혔다. 훔친 소나무는 3배 이상 값이 부풀려져 부유층에게 팔려나갔는데 80%는 죽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훔친 소나무인 줄 알면서도 100여 그루를 사들여 되판 서울 서초구의 조경농장 운영자 조모 씨(46)도 불구속입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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