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대학평가에서 높은 배점이 걸린 논문 수 평가의 경우 교수 1인당 논문 수를 세는 방식과 논문 피인용 건수를 세는 방식 중 어느 것을 택하느냐에 따라 대학별 순위가 바뀔 수 있다. 1인당 논문 수는 규모가 작은 대학에 유리한 면이 있지만 피인용 건수를 세는 방식은 작은 대학이 불리하다는 것. 대학의 ‘이름값’을 평가하는 평판도 항목은 대학이 오래될수록 유리하고 역사가 짧은 대학은 상대적으로 불리하다. 대학 관계자들은 “단과대 규모인 KAIST, 포스텍 등과 서울대처럼 큰 대학을 같이 놓고 비교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역사가 긴 대학과 짧은 대학 중 어느 한쪽이 무조건 낫다고 말할 수 있느냐”고 말한다. 서울대 남익현 기획처장은 “지금의 대학평가는 대학에 필요한 부분을 제대로 짚어주지 못한다”고 말했다. 서울대는 중앙일보 대학평가에 자료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대학에 ‘글로벌’ 바람이 불면서 영어 논문, 외국인 교수 비율의 배점이 높은 것도 문제로 제기된다. 지난달 11일 대학교수 수십 명은 서울 종로구 한글회관에 모여 ‘한국어 논문의 현주소를 말한다’는 주제로 토론을 벌였다. 이날 “외국 회사와 함께 대학평가를 하는 조선일보가 영어 논문을 전제로 평가하기 때문에 국어 논문은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 교수는 “국어 논문은 0점이고 영어 논문으로 국제 학술지에 등재되면 대학에서 두둑한 포상금이 나오는 것이 현실”이라며 “언론사 평가로 우리말이 학문에서 더욱 소외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학평가에서 외국인 교수와 영어 강의 비율에 높은 점수가 걸려 있어 대학들이 앞다투어 외국인 교수를 영입하고 영어 강의를 확대하는 것도 필요 이상이라는 지적이 많다. 한 대학 관계자는 “대학마다 외국인 교수를 다수 채용했다고 발표하지만 일부 대학에서는 수를 채우는 데 급급하다 보니 자질 검증이 허술하거나 사후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교수가 금방 대학을 떠나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대학평가는 영국의 더타임스, 미국의 포브스, 유에스뉴스 앤드 월드리포트 등 외국 언론사들도 시행하고 있다. 이영호 대교협 대학평가원장은 “외국 대학들도 언론사의 획일적인 순위 발표에 반발하고 있다”며 “우리는 학벌주의가 심해 순위에 더 민감하다”고 말했다.
매년 치르는 언론사 대학평가로 빚어지는 행정적 손실이 크다는 점도 대학의 불만사항이다. 각 언론사에서 요구하는 자료를 만들기 위해 대학평가 철이 되면 대학마다 언론사 평가 대비 태스크포스(TF) 팀을 만든다. 경기지역의 한 대학 관계자는 “올해 한 언론사가 대학평가를 새로 시작하면서 업무가 또 늘었다”며 “업무 부담이 커서 언론사 대학평가 담당부서를 별도로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고 말했다.
그러나 모든 대학이 참여하는 대학평가를 공식적으로 거부하고 나선 대학은 거의 없었다. 평가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대학 평판에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교협이 언론사 대학평가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식 결의문을 냈지만 일부 대학은 여전히 조심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기수 대교협 회장이 총장으로 있는 고려대조차 “조심스럽다. 다음 주에 고려대 입장을 정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의 다른 대학 관계자도 “다른 대학의 반응을 살펴야 하기 때문에 뭐라고 말하기 어렵다”며 한발 물러서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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