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모 대학을 중퇴한 이모 씨(30)는 1년가량 중소기업에 다닌 뒤로는 특별한 직업이 없었다. 2008년 6월경 이 씨는 부산진구 부전동 교보문고 부산점에 들어갔다. 그날따라 왠지 짜증이 나고 스트레스도 많았다. 무심코 그는 종이봉투에 책 세 권을 넣었다. 계산하지 않았지만 경보장치가 울리지 않았다. 사흘 뒤 이 씨는 같은 서점에서 또 두 권을 훔쳤다. 그날도 직원에게 들키지 않았다. 이렇게 그는 이달 15일까지 100여 차례, 모두 449권(630만 원 상당)을 훔쳤다. 한 번 갈 때마다 1∼3권을 몰래 가져 나왔다. 책 종류는 기분 내키는 대로 골랐다. 훔친 책을 팔거나 그 책으로 공부하지 않고 방에 쌓아뒀다.
15일에는 마이클 샌델 미국 하버드대 교수의 ‘생명의 윤리를 말하다’ 등 세 권을 훔치다가 서점 직원에게 걸렸다. 수상하게 여긴 직원들이 이 씨의 집에 갔더니 책장과 방구석에서 446권이나 발견됐다. 모두 압수해 바코드를 검색했더니 서점에서 없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 씨는 경찰 조사에서 “스트레스를 받거나 화가 날 때면 나도 모르게 그 서점에 갔는데 경보장치가 안 울려 계속 훔치게 됐다”며 “교보문고에서만 책을 훔친 특별한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부산진경찰서는 18일 이 씨를 상습절도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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