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그룹 지배 정점에 상품권업체…논란 증폭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19일 10시 21분


비상장 `한국도서보급'이 새 지배회사로 부상
소액주주들 반발…`자산 빼돌리기 창구' 의심

태광그룹 이호진(48) 회장의 비자금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지자 그룹의 지배회사 중 하나로 급부상한 '한국도서보급'에 대한 논란도 증폭되고 있다.

도서상품권을 발행하는 이 업체가 화학과 방송ㆍ금융 등 그룹 주요 업종과 연관성이 거의 없고, 현금을 주로 다루는 비상장 업체여서 '자산 빼돌리기가 쉽다'는 지적도 나온다.

19일 태광 계열사 소액주주들에 따르면 이 회장 측은 2003년 계열사 한빛기남방송(현 티브로드기남방송) 등을 통해 두산그룹에서 한국도서보급을 인수했다.

2년 뒤인 2005년 한빛기남방송은 2년 전 인수 때와 같은 가격인 주당 1만6000여원에 지분 95%를 이 회장과 아들 현준 군(16)에게 넘겼다.

태광 측은 이후 나머지 5% 지분도 소액주주들에게서 모두 사들여 현재 이 회사의 지분은 이 회장이 51%, 현준군이 49%를 소유한 100% 가족 기업이 됐다.

인수 직후인 2003년 말 한국도서보급은 37억원 자본 잠식에 매출 18억9000여만원, 순손실이 13억8000여만원인 부실회사였다.

그러나 태광의 인수 이후에 상황이 180도로 바뀌었다. 2005년경부터 게임산업이 커지며 경품용 상품권 시장이 활성화된 덕이었다.

2006년 말에는 매출 522억원, 순이익 180여억원을 올려 전세를 완전히 역전시켰다.

이 회장 측은 이런 상황 반전을 이용해 한국도서보급을 그룹의 새 지배회사로 만드는 작업에 나섰다.

한국도서보급은 2006년 그룹 계열사인 피데스증권(현 흥국증권)의 지분 대부분을 사들인데 이어 올해 9월에는 그룹 간판 계열사로 꼽히는 대한화섬 지분 16.74%를 태광산업에서 저가에 확보했다.

대한화섬은 흥국생명-흥국화재, 고려상호저축은행 등의 지분을 갖고 있어 그룹 금융 영역을 장악할 수 있는 실질적인 '열쇠'로 꼽힌다.

이에 소액주주 등이 크게 반발했다.

오너가(家) 소유의 비상장 업체에 다른 상장 계열사의 우량주식을 마구 몰아줘 주주들의 이익창출 기회를 박탈하고 사주 재산만 불린다는 것이 소액주주들의 항변이었다.

한국도서보급이 음성적인 현금화가 쉬운 상품권을 다루는 곳이라 그룹의 자산을 빼돌려 처분하는 '창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티시스(IT관리)와 티알엠(건물관리) 등 다른 지배회사와 달리 태광그룹 주력사업과 거의 연관성이 없는 곳이란 점도 이런 의심에 무게를 실어주는 대목이다.

사업 운영을 둘러싼 잡음도 적지 않았다.

2006년 이 회장 측이 영풍문고가 보유한 한국도서보급 주식을 추가 매입하며 협찬비 명목으로 상대 회사에 상품권 7000여장을 부당 제공한 혐의가 드러나 당시 회사대표가 검찰에 불구속 기소됐다.

과거 흥국생명 등 계열사 노조에서는 바다이야기 등 사행성 게임 열풍으로 부를 쌓은 한국도서보급이 그룹 전체의 도덕성을 훼손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의 김선웅(39ㆍ변호사) 소장은 "상품권 회사가 대한화섬의 주식을 사야 할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 사주의 배임ㆍ횡령 여부를 이번 검찰 수사로 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넷 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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