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피해 소녀 아파트서 뛰어내려 사망… 10대 가해자 ‘강간치사 무죄’ 판결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21일 03시 00분


“투신 원인 고려안해”… “자살 예측하기 어려워”

성추행을 당하는 과정에서 겁에 질린 피해 소녀가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숨진 사건에서 법원이 가해자 이모 군(15)에게 강간치사 혐의 부분은 무죄로 판단하고 공갈 및 특수절도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부장판사 배광국)는 이 군에게 강간치사죄를 물을 수 없다며 장기 2년, 단기 1년 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했다고 20일 밝혔다. 1년 6개월간 복역한 뒤 수형 태도와 반성 정도를 따져 출소시키거나 아니면 최대 2년까지 징역살이를 하도록 한 판결이다. 재판부는 “폐쇄회로(CC)TV 화면과 진술 등을 종합하면 이 군이 피해자 A 양(14)을 추행한 뒤 현장을 떠났으므로 투신 당시 A 양은 급박한 위해 상태에서는 벗어나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A 양의 사망을 예견할 수 없었기 때문에 이 군에게 강간치사죄가 성립하지 않지만, 결과적으로 A 양이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사망한 점과 유족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며 실형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강간치사 혐의에 무죄판결을 내린 것을 두고 찬반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인터넷상에서는 “A 양이 자살에 이르게 된 원인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견해와 “가해자가 자살을 예견하기 어려웠던 상황이 분명한 것 같다”는 의견이 엇갈렸다. 이 군을 기소한 서울중앙지검은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이라며 “내부 협의를 거쳐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 군은 올해 5월 서울 관악구의 한 아파트 23층 비상계단에서 A 양을 추행하고 겁에 질린 A 양이 창문을 통해 뛰어내려 숨지게 한 혐의(강간치사 등)로 구속 기소됐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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