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동서남북/장영훈]대구가 ‘수구꼴통’ 도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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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21일 03시 00분


얼마 전 계명대 영어전용 특성화 단과대(KAC) 학생들을 취재했다.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에서 자원봉사를 한다는 소식 때문. 2학년인 양지수 씨(20·여)는 “수업을 포기하더라도 일생일대의 기회를 놓칠 수 없다”고 했다. 이 대학 2개과 학년별 정원 70명 중 15명이 G20 자원봉사자로 활약할 예정이다. 매주 모여 봉사 관련 주제로 토론을 벌이고 있다. 생각은 지역을 넘어섰고 토론방식은 틀을 깼다. 8∼11일 대구 동구에서 열렸던 전국평생학습축제 자원봉사의 중심은 단연 대학생들이었다. 중국 유학을 다녀와 중국어가 유창한 권재구 씨(27·대구대 무역학과 4년)는 “전 세계에서 참여하는 사람을 통해 오히려 나 자신이 배웠다”며 환한 웃음을 보였다. 이들에게서 ‘보수’, ‘꼴통’이라는 단어는 떠올릴 수 없었다.

대구·경북지역이 연일 시끄럽다. 14일 대구시교육청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들이 내뱉은 ‘보수꼴통’이라는 단어 때문.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과 김상희 민주당 의원은 이날 대구·경북지역 교육 문제점을 지적하는 과정에서 “대구·경북은 보수꼴통 도시”라는 표현을 썼다. 속기록 공개 자료에는 권 의원이 “대구·경북이 보수세력의 총본산이라고 그럽니다. 그렇게 일컬어지고 있어요”, “심지어 폄하하는 용어로 보수세력의 총본산이 아니라 수구꼴통 본산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억울하지 않습니까”라는 발언이 남아 있다. 김 의원은 “보수꼴통 사회가 갖는 답답함, 그것으로 인해서 도저히 발전하지 못하는 상황에 있는 대구·경북을 보면서 정말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라고 했다.

지역민들은 분노했다. 해당 의원의 공개 사과를 촉구하는 성명서가 잇따랐다. 대구시의회는 15일 공식 성명을 발표하고 “두 의원의 지역 모독 발언에 대해 550만 시도민과 함께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규탄했다. 경북도의회는 의원 63명 전원 명의로 규탄 성명을 발표하는 한편 권 의원과 김 의원 측에 항의 서한을 보냈다. 대구·경북 5개(대구시, 경북도, 시도교육청, 대구 북구) 공무원노동조합도 “대구·경북을 ‘수구꼴통’으로 몰아세우며 지역을 모독했다”며 공동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인기 한나라당 의원은 20일 오전 대구시청 국정감사에서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두 의원이 망언을 했다”고 꼬집었다. 해당 의원들은 왜곡 보도로 인한 오해라며 유감을 표명했지만 파문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국어사전에 ‘꼴통’은 ‘머리가 나쁜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라고 적혀 있다. 적어도 기자가 만났던 지역 대학생들은 해당 의원들의 발언에 동의하지 않을 것 같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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