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땅속에서 피는 꽃’ 제주서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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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21일 03시 00분


아열대 식물 2종 확인… 한반도 기후변화 반영

아열대식물로 지하에서 꽃을 피운 코멜리나 벵갈렌시스. 오른쪽 사진 가운데는 얇은 막에 싸인 꽃이며 위는 꽃잎이 없는 꽃, 아래는 종자 단면. 사진 제공 난대산림연구소
아열대식물로 지하에서 꽃을 피운 코멜리나 벵갈렌시스. 오른쪽 사진 가운데는 얇은 막에 싸인 꽃이며 위는 꽃잎이 없는 꽃, 아래는 종자 단면. 사진 제공 난대산림연구소
땅속에서 꽃을 피우는 아열대 식물 2종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제주에서 발견됐다.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산림연구소는 최근 생태사진가 이영선 씨(50) 등의 제보를 받고 제주시 한림읍, 용담동 등에서 조사한 결과 코멜리나 벵갈렌시스(한국명 미정), 코멜리나 디퓨사(한국명 미정) 등 2종의 아열대 식물을 확인했다고 20일 밝혔다.

코멜리나 벵갈렌시스는 땅위에서 곤충에 의해 꽃가루받이를 해 파란색이나 보라색의 꽃을 피운다. 특이하게 지하에서도 꽃잎은 퇴화했지만 암술과 수술을 비롯한 다른 기관이 있어 땅위와 같이 꽃을 피우는 것으로 밝혀졌다. 지하에서 피는 꽃은 전체가 얇은 막에 싸여 있고 매개곤충의 도움 없이 처녀생식을 한다. 지하에서 꽃을 피우는 종은 지구상 30만여 종의 육상식물 중 100여 종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식물은 일본과 대만 이남 열대와 아열대 지역에 분포한다.

코멜리나 디퓨사는 땅위를 길이 1m 정도까지 기며 성장한다. 마디에서 뿌리와 함께 짧은 가지가 나와 곧추선다. 꽃은 보트모양의 포에서 나오며 밝은 파란색 또는 흰색을 띤다. 열매에는 5개의 씨앗이 들어 있다. 코멜리나 벵갈렌시스와 비슷하지만 식물체가 더 크고 지하부에 생식기관이 없다. 동아시아에서는 일본 야쿠(屋久) 섬과 오키나와(沖繩) 섬 등 남부 도서지방에만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발견된 식물은 모두 닭의장풀과에 속하는 종이다. 난대산림연구소 김찬수 박사는 “이번에 자생지를 확인한 아열대 식물은 분포상 제주지역이 최북단에 속한다”며 “기후변화를 반영한 것으로 코멜리나 벵갈렌시스의 지하화 현상은 추가 연구를 거쳐 학계에 보고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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