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Census 인구주택총조사]<1>선진국 인터넷 인구조사 살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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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22일 03시 00분


땅넓은 호주… 인터넷 조사율 목표 25%로 높여
핵가족 일본… “사생활 보호” 도쿄 시범실시 호평

호주 통계청 관계자는 “인터넷 조사는 광활한 국토 곳곳을 일일이 찾아가야 했던 방문조사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예산을 절감하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조사원이 호주 원주민들을 상대로 방문 조사를 하는 모습. 사진 제공 호주 통계청
호주 통계청 관계자는 “인터넷 조사는 광활한 국토 곳곳을 일일이 찾아가야 했던 방문조사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예산을 절감하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조사원이 호주 원주민들을 상대로 방문 조사를 하는 모습. 사진 제공 호주 통계청
15일 오전(현지 시간) 호주의 수도 캔버라에 있는 아담한 2층 집에서 만난 포셀트 씨 부부는 호주의 인구주택총조사(센서스)를 일컬어 ‘국민적 행사’라고 말했다. 센서스가 실시되는 해에는 온 가족이 둘러앉아 센서스 조사서류를 작성하는 일이 일반적이라는 것.

하지만 내년이면 그런 모습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호주 통계청이 예산을 절감하고 조사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내년에 실시되는 센서스부터 인터넷 조사율을 2006년 인터넷 조사율(6%)의 4배 이상인 25%로 끌어올릴 계획이기 때문이다.

○ 사생활 보호 돼 1인 가구 호응 높아

호주는 이미 올해부터 페이스북 등 인터넷 사용자들이 많이 찾는 사이트를 중심으로 내년 센서스의 인터넷 참여를 독려하는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남한의 90배에 이르는 광활한 국토를 가지고 있는 호주로선 인터넷 조사가 현재 시행하고 있는 방문조사의 효과적인 대안이기 때문이다.

호주 통계청 데이비드 맥휴 언론담당 매니저는 “인구의 3분의 2가량이 시드니 등 대도시에 몰려 있긴 하지만 원주민을 비롯해 산악지대나 사막 등 접근하기 어려운 곳에 사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에 조사용지 한 장을 주기 위해 헬리콥터를 띄우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1인 가구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것도 인터넷 조사가 새롭게 각광받는 이유다. 혼자 사는 여성은 조사원에게 문을 열어주는 것을 꺼리고 귀가시간이 늦은 맞벌이 가구도 일터에서 인터넷으로 조사에 응하는 것이 훨씬 편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에선 올 10월, 1인 가구 비중이 특히 높은 도쿄에 한해서만 인터넷 조사를 시범 실시했는데 전체의 8.4%(52만9000명)가 인터넷 조사에 참여해 당초 목표인 5%를 넘어섰다. 일본 통계청 관계자는 “도쿄는 인터넷 보급률도 높고 사생활 보호 의식도 강한 편이어서 인터넷 조사가 호응을 얻었다”며 “향후 센서스에서 인터넷 조사를 전 지역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캐나다 통계청 관계자는 “2006년 센서스 결과 1, 2인 가구의 인터넷 조사 참여율은 64.1%로 3, 4인 가구의 29.4%, 5인 이상 가구의 6.7%보다 훨씬 높았다”며 “종이를 절약해 세계 최대 산림국인 캐나다의 산림자원을 보존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 해킹 등 보안 철저하게 관리해야

우리나라는 호주, 캐나다 등 통계 선진국의 센서스 인터넷 조사를 벤치마킹해 ‘2010 인구주택총조사’에서 인터넷 조사율을 세계 최고 수준인 30%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현재까지는 캐나다의 2006년 센서스 인터넷 조사율 18%가 가장 높다. 사진 제공 통계청
우리나라는 호주, 캐나다 등 통계 선진국의 센서스 인터넷 조사를 벤치마킹해 ‘2010 인구주택총조사’에서 인터넷 조사율을 세계 최고 수준인 30%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현재까지는 캐나다의 2006년 센서스 인터넷 조사율 18%가 가장 높다. 사진 제공 통계청
하지만 인터넷 센서스가 정착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보안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센서스에는 주민등록번호는 물론이고 직장과 소득, 주거 형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개인정보가 담기는 만큼 유출될 경우 심각한 피해를 불러온다.

이에 따라 캐나다와 호주 등 인터넷 조사를 시작한 대부분의 통계 선진국은 가구 혹은 개인별로 12∼15자리에 이르는 고유의 코드번호를 부여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번 인터넷 조사에서 가구별로 9자리로 된 코드번호를 부여하고 개인정보를 입력할 때 다시 별도의 비밀번호를 설정하도록 했다.

또 해외에선 센서스에 사용된 컴퓨터에는 어떤 관련 자료도 남지 않도록 하고 있다. 호주 통계청의 제니 텔포드 센서스 총책임자는 “센서스는 국민들의 모든 정보가 집결된다는 점에서 한 번이라도 유출 사고가 발생하면 이는 곧바로 센서스 참여율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직급이 아무리 높아도 센서스와 관련이 없는 직원이라면 센서스의 원본 자료를 절대 열람할 수 없도록 하는 등 통계청 내부에서부터 보안을 제1의 원칙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한국은 세계적 인터넷 강국인 만큼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 오히려 인터넷 조사 측면에선 우리가 배울 점이 더 많다”면서도 “하지만 관건은 정부가 센서스를 왜 하는지를 시민들이 얼마나 정확히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느냐에 달린 만큼 어렸을 때부터 학교에서 모의 센서스를 실시하는 등 참여의식을 길러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캔버라=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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