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길거리로 내몰리는 스타선수들

  • Array
  • 입력 2010년 10월 22일 03시 00분


코멘트

재정난 성남시 “운동부 15개중 12개 해체”

“정치 바람에 체육이 휘둘린 결과입니다.” 경기 성남시 소속 운동부 관계자 A 씨는 21일 기자에게 한숨 섞인 푸념을 털어놨다. 성남시가 재정난을 이유로 운동부 15개 중 12개를 해체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은 직후다. 올 7월 지불유예(모라토리엄)를 선언해 논란을 빚은 성남시는 내년도 예산안을 짜면서 불필요한 사업을 축소하고 있다. 운동부 역시 예산 삭감의 칼날을 피하지 못했다. 올해 83억 원에 이르던 운동 예산은 내년에 25억 원가량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종목별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2009 베이징 올림픽 은메달리스트 남현희 선수(29)가 속한 펜싱, 전국 최고 수준인 필드하키, 기초종목인 육상 등 단 3종목만 살아남았다. 이들 종목 선수와 감독 등 37명은 일단 내년 말까지 운동을 계속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레슬링, 수영, 태권도 등 나머지 12개 종목은 퇴출이 불가피해졌다. 대상 선수와 코치는 약 80명.

2006 토리노 겨울올림픽 쇼트트랙에서 3관왕을 차지했던 안현수 선수(25)와 2009년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에서 남자 라이트급 금메달을 딴 김준태 선수(24)도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게 됐다. 성남시 측은 “운동부를 모두 유지하려면 한 해 100억 원 가까운 예산이 필요하다”며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하는 재정 여건 속에서 부담이 아닐 수 없다”고 털어놨다.

물론 지방자치단체의 운동부 운영이 지나치게 방만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단체장들이 과시용으로 운동부를 잇달아 창단하거나 실력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연봉을 지급하고 있다는 것. 실제로 성남시는 이대엽 전임 시장 때 운동부가 무려 13개나 새로 만들어졌다. 결국 단체장이 바뀔 때마다 지자체 운동부는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불안한 시스템이 이어지고 있다. A 씨는 “지역사회에서 체육은 문화와 함께 정치 바람에 매우 취약하다”며 “어느 정도 구조조정은 불가피하겠지만 유망주가 소속된 일부 종목은 계속 유지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