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경과 신애는 뷔페식당 앞에서 고민에 빠졌다. 둘이서 3만 원으로 예상했던 식사비가 한 사람에 2만5000원이었던 것이다. 그때 7세 이하 아동에게는 1만 원이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신애가 키를 낮추고 혀 짧은 소리를 한 덕분에 둘은 3만5000원에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인기리에 방영됐던 TV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에 나오는 장면이다. 뷔페식당이 어른과 아동의 가격을 다르게 정한 데는 무슨 이유가 있을까.
어른 50명, 학생 50명이 사는 섬에 이발소가 처음 생겼다고 가정하자. 어른은 8000원이면 가 볼 생각이고 학생은 4000원이면 가 보려고 한다. 이보다 비싸면 가지 않을 것이다. 이발사의 수고비는 어른, 학생 관계없이 한 사람당 2000원이다. 이발비를 얼마로 해야 가장 많은 돈을 벌 수 있을까?
A. 8000원으로 하면, 어른만 가므로 8000원×50명=40만 원. 이발사의 수고비는 2000원×50명=10만 원. 수익은 40만 원―10만 원=30만 원
B. 4000원으로 하면, 어른, 학생 모두 가므로 4000원×100명=40만 원. 이발사의 수고비는 2000원×100명=20만 원. 수익은 40만 원―20만 원=20만 원
C. 어른 8000원, 학생 4000원으로 다르게 하면, 8000원×50명+4000원×50명=60만 원. 이발사의 수고비는 2000원×100명=20만 원. 수익은 60만 원―20만 원=40만 원
어른과 학생의 가격을 다르게 한 C의 경우에 최고의 수익이 난다. 이처럼 어른과 학생의 요금을 다르게 받는 것을 ‘가격차별’이라고 한다. 가격에 차이를 둬서 수익을 늘리는 전략이다. 가격차별은 수입이 없거나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역할도 한다. 서울의 시내버스 요금은 교통카드를 기준으로 성인 900원, 중고등학생 720원, 초등학생 450원이다. 중고등학생은 성인의 80%, 초등학생은 성인의 50%만 받는 셈이다.
○ 양이 다르면 가격도 천차만별
노란 단감이 제철을 맞았다. 단감 1개를 사면 500원인데 3개를 한 묶음으로 사면 1000원에 판다고 한다. 같은 상품인데도 양에 따라 가격이 다르다. 가격차별에는 이발비처럼 소비자에 따라 가격을 달리 하는 방법 말고도 구입하는 수량에 따라 가격을 다르게 정하는 방법이 있다. 낱개로 3개를 사면 1500원인 단감을 3개 한 묶음으로 사면 1000원인 경우는 33% 할인에 해당한다.
(500원×3개-1000원)÷1500원×100=33% 할인
이러한 가격차별은 휴대전화 요금제에서 흔히 나타난다. 한 통신회사의 무료통화 요금제는 다음과 같다. 무료통화 200분의 기본요금이 3만1000원인데 1800분의 기본요금은 9만 원에 불과하다. 통화량이 9배나 많지만 요금은 3배가 채 되지 않는다. 통화량이 많은 사람에게 유리한 요금체계다. 비싼 요금을 내는 고객을 늘리기 위한 통신회사의 전략이다.
휴대전화 요금과 반대의 경우도 있다. 가정에서 쓰는 전기요금이 대표적이다. 많이 쓰면 쓸수록 요금을 비싸게 만들어 전기를 아끼도록 한 정책이다. 한 달에 300kWh을 쓴 가정과 301kWh을 쓴 가정의 전기요금을 계산해 보자.
· 300kWh 가정: 1430+(168.30×300)=5만1920원
· 301kWh 가정: 3420+(168.30×300)+(248.60×1)=5만4159원. 단, 1kWh의 전기를 더 쓰는 바람에 2239원을 더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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